국내 바이오 기업 투자를 확대해온 동구바이오제약이 이들의 경영에 참여하는 ‘전략적 투자자’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 5월 최대주주로 올라선 큐리언트부터 직접 육성해 혁신 신약 개발 기업으로 체질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연내 추가 투자에도 나설 방침이다.
바이오 투자 시너지 기대조용준 동구바이오제약 대표가 25일 “큐리언트와 시너지를 내도록 추가 투자를 이어갈 것”이라며 “연 매출 5000억원을 넘는 제약사로 도약하기 위해 글로벌 신약 개발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동구바이오제약은 5월 파스퇴르연구소에서 분사한 바이오 업체 큐리언트에 약 100억원을 투자하며 최대주주가 됐다. 동구바이오제약이 바이오 투자를 본격화한 것은 2021년부터다. 자본금 150억원을 투입해 로프티록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하고 디앤디파마텍, 뷰노, 지놈앤컴퍼니 등의 상장에 참여했다. 이들은 대부분 단순한 지분 투자였다. 조 대표는 큐리언트부터 경영에 직접 참여하겠다고 했다. ‘재무적 투자자’를 넘어 사업 성과를 높일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가겠다는 의미다.
그는 “그간 50곳이 넘는 바이오 기업을 검토했고 올해만 9곳에 투자했다”며 “나무 아래에서 열매가 떨어지길 기다리는 ‘재무적 투자’보다 필요하다면 직접 사다리를 놓고 수확할 수 있는 ‘전략적 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또 그는 바이오 기업에 ‘우산’ 역할을 하기 위해 연내 추가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조 대표는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한국제약협동조합 이사장 등을 지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상생으로 바이오 생태계 파이를 키워야 한다고 판단했다. 메디컬푸드 기업 ‘피코엔텍’, 의료 콘텐츠 플랫폼 기업 ‘키메디’ 등 다양한 분야의 바이오 기업을 발굴해 투자를 확대한 배경이다. 동남아시아에 국산 약 생산 거점 마련큐리언트는 항암 신약 후보물질 ‘Q901’을 중심으로 글로벌 성과를 낼 것으로 내다봤다. 조 대표는 “항체약물접합체(ADC)를 개발하는 다국적 제약사가 Q901을 주목하고 있다”며 “조단위 기술 수출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부·비뇨기계 의약품 강자인 동구바이오제약은 지난해 처음 연 매출 2000억원을 넘었다. 라오스 몽골 등 동남아로 수출 영토를 확장해 3년 안에 매출 4000억원 시대를 여는 게 목표다. 캐시카우 역할을 할 신제품 출시도 잇따랐다. 올해 7월 조루·발기부전 복합 개량 신약 ‘구세정’을 내놨다. 내년에는 전립선비대증 개량 신약 ‘유로가드’를 선보인다.
조 대표는 “복제약 생산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국내 제약사들이 세계로 나가야 한다”며 “아시아 의약품 공급을 위한 생산 거점을 만들어 국산 제네릭과 개량 신약이 진출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제품 생산을 목표로 라오스에 공장을 짓고 있다. 필리핀, 베트남, 몽골에도 국산약 생산 거점을 만들 계획이다. 그는 “글로벌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 등을 확대할 것”이라며 “예방부터 진단, 치료, 관리까지 아우르는 토털 헬스케어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