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넘도록 밤잠을 설치게 한 서울 지역 열대야가 가까스로 끝났다. 25일 오전 6시12분께 서울 기온이 24.9도로 내려가면서다. 열대야는 오후 6시1분부터 이튿날 오전 9시까지 25도 이상을 유지하는 현상인데, 이날 아침 한때 기준치를 0.1도 밑돌면서 최장기간 열대야 행진이 멈춰섰다.
이로써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23일까지 34일간 이어지던 서울 지역 열대야가 일단락됐다. 근대적 기상관측 이래 최장 기록이다. 앞선 2018년 기록(연속 26일)을 훌쩍 뛰어넘었다. 2018년은 관측 사상 서울 최고기온(39.6도)과 전국 최고기온(강원 홍천 41도)을 찍으며 최악의 폭염이 기승을 부린 해였다.
지난 6월21일과 7월15일·19일에도 서울에서 열대야가 발생한 적 있어 올해 서울 지역 열대야 일수는 총 37일로 역시 기상관측 이래 가장 많았다. 아직 여름이 끝나지 않았음에도 역대급으로 더웠던 30년 전 기록(1994년 서울 열대야 일수 36일)을 이미 넘어선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 이러한 이상기후가 한층 심해질 전망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기상청이 발간한 ‘17개 광역시·도별 기후변화 전망보고서’는 향후 기후변화 정도를 4단계로 나눠 시뮬레이션했다. 준거점으로 삼은 20년간(2000~2019년) 서울의 평균 열대야 일수는 11.3일. 그러나 올해 열대야 일수는 이 기간의 3배를 웃돌았다.
2021~2030년 서울 지역 열대야 일수는 4가지 시나리오 가운데 가장 적으면 28.5일, 가장 많을 땐 31.3일로 예상했다. 실제 올해 여름 열대야 일수는 이 같은 예측 평균치를 모두 상회하는 수치다.
이 보고서는 2100년까지의 중장기 시뮬레이션 결과를 제시했는데 최악 시나리오를 가정했을 땐 21세기 말(2091~2100년) 서울 평균 열대야 일수가 무려 101일에 달한다. 한 해에 3개월 넘게 서울에서 열대야가 발생한다는 얘기다. 최대 기록을 경신한 올 여름의 3배에 육박하는 예상치다.
보고서는 서울의 폭염 일수 또한 2000~2019년 평균 15일에서 2021~2030년에는 시나리오별 28.8~31.4일로 2배가량 늘어날 것이라 예측했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2091~2100년에는 연간 서울 지역 폭염 일수가 약 4개월(115.7일)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