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금리를 결정할 때 미국과 보조를 맞출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환율도 고려대상은 아닙니다."
신성환 금융통화위원은 지난 23일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이 9월 금리인하를 기정사실화한 가운데 한국은행이 금리를 동결하기로 한 것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한은 대표로 잭슨홀 심포지엄에 참여하고 있는 신 위원은 "(22일 금통위가) 아주 어려웠다"고 전했다.
그는 "물가나 경제 전반을 보면 인하해야 하지만, 부동산 가격 상승세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그는 평가했다. "주택가격이 안정세를 찾느냐 여부는 가계 가처분소득 등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한은이 금리를 결정할 때 고려할 수 있는 요소"라고 강조했다. 물가안정과 함께 금융시장 안정을 고려하는 것이 한은의 우선적인 책무라는 것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금통위 직후 기자회견에서 "물가만 봤을 때는 기준금리 인하 여건이 조성됐다"면서도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 증가의 위험신호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밝힌 것과 일맥상통한다.
신 위원은 한은의 통화정책에서 미국 등 다른 중앙은행의 움직임보다는 한국의 경제상황 전반에 대한 평가를 더 우선해서 판단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한은이 금리를 연 3.50%로 동결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현재 연 5.25~5.50%인 금리를 연 5.00~5.25%나 연 4.75~5.00%로 낮출 경우 한미 금리차는 1.75~2.00%포인트에서 1.5~1.75%포인트나 1.25~1.5%포인트로 줄어든다.
환율이 고려대상이 아닌 이유에 대해 신 위원은 "한미 금리차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이 이제는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과거는 한국 정부의 외환보유액이 해외 투자자들에게 고려할 만한 부분이었으나 이제는 우리 경제가 그런 부분에는 영향을 받지 않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환율은 지금 달러의 가치 자체의 움직임에 영향을 받는 부분이 더 크다"며 "한은의 정책금리 결정이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금통위 당일 환율은 달러당 1333원60전으로 시작해 하락하다 금리 동결 발표 시점부터 반등해 1339원으로 올랐다. 긴축을 '충분히 유지한다'를 '유지한다'로 바꾼 부분 등이 비둘기적으로 받아들여진 탓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후 소수의견 없이 모두 금리 동결에 찬성한 것이 알려지면서 환율은 이날 오후 3시30분경 1334원70전 수준으로 내려갔고, 25일 오전 6시 현재 1324원70전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잭슨홀=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