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교포 출신으로 '야신'(야구의 신)이란 별명을 가진 김성근 전 한화이글스 감독은 23일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별칭 고시엔)에서 우승한 재일 한국계 교토국제고에 대해 "대단한 시합을 했고 대단한 결과를 냈다"며 "역사적인 이야기"라고 극찬했다.
이날 김성근 전 감독은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그런 내용의 경기에서는 점수를 내기가 정말 쉽지 않다"며 "교토국제고의 우승은 ‘사람이 의식만 바뀌면 얼마든지 길이 있다’는 걸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감독은 재일교포 출신으로 일본에서 야구 명문고 진학을 원했지만, 야구와 별 인연이 없는 일반 고교에 진학해 야구부로 활동했다. 그 조차도 일본 고시엔 무대엔 서보지 못했다. 김 감독은 "고시엔은 일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가고 싶어 하는 무대"라며 "내가 있던 팀은 고시엔에 갈만한 팀이 아니었다"고 회상했다.
김 감독은 한국계 고교 우승에 대한 감회를 묻는 질문에 "민족학교 이런 거에 앞서 말을 하나 해놔야겠다"며 운을 뗐다. 그는 "이번 고시엔을 보니 강한 팀은 다 일찍 떨어졌다. 전국에서 좋은 선수 데려온 팀들은 다 떨어졌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렇다. 좋은 팀 따라 이리 갔다가 저리 갔다 한다"며 "교토국제고 우승을 보며 우리도 교육이 뭔가 다시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즉, 특출난 선수를 스카우트하지 않고 순수하게 교토국제고에 입학한 선수들을 중심으로 팀워크와 실력을 키워 고시엔에서 우승한 것이 진정한 교육의 의미를 보여줬다는 취지다. 김 감독은 "순수하게 원래 있던 선수들을 어떻게 키워내는 방법을 찾아내는 게 진짜 교육 아닌가"라며 "사람을 키워내는 게 지도자와 리더의 몫이지 남의 선수를 데려와 이랬다 저랬다 해서 되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토국제고가 진짜 어려운 환경 속에서 아이디어를 내고 또 내서 정말 어마어마한 시합과 경기를 이번 고시엔에서 했다"며 "그런 내용의 야구를 하는 게 쉽지 않은데 정말 어려운 야구를 했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우승을 통해 '하면 된다'는 명제를 우리가 한번 뒤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