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사소하지만 효과적인 전기차 배터리 대책

입력 2024-08-23 18:00
수정 2024-08-24 00:23
최근 전기차 화재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불안과 우려가 공포로 확대되고 있다. 전기차 화재는 배터리의 열폭주 현상이 주된 원인이다. 열폭주가 시작되면 몇 분 사이에 큰 화재로 확산될 수 있고, 배터리 연소가 4시간 이상 지속돼 일반 화석연료 차량에 비해 화재 진압이 어렵다. 리튬으로 대표되는 금속계 배터리 화재 원인은 파악했다고 하지만, 열폭주가 되기 전까지는 화학반응으로 나타나는 화재 신호를 미리 파악할 수 없어 사전 대처하기 어렵다는 게 문제다.

그렇다면 전기차가 위험하니 이용하지 말아야 할까? 인류의 역사를 돌아보면 모든 새로운 에너지의 등장은 위험했다. 불의 발견, 석탄과 석유의 산업혁명, 원자력 개발 등 새로운 에너지원이 등장할 때마다 화재와 폭발, 방사능 같은 위험에 노출됐다. 인류는 성장을 위해 새로운 에너지를 발견하고,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체 에너지를 찾아왔다. 오늘날 인류는 지구 기후 변화에 따른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전기를 새로운 에너지로 선택했다. 현재 구축된 화석연료 인프라를 전기에너지 환경으로 변환하려면 기술 개발과 함께 새로운 제도적, 문화적 합의도 따라야 한다. 여기서는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효과적인 배터리 안전 실행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사람들이 밀집돼 있고 전기에너지 생산 기반이 약한 도시에서는 완속 중심의 충전기 보급이 필요하다. 전해질이 산화와 환원을 반복하면서 충전과 방전을 하는 배터리 특성상 화학반응을 천천히 진행하는 완속 충전 방식이 급속 충전보다 안전할 수 있다. 전기차 충전구역을 별도로 두지 않고 주차면마다 완속 충전기를 설치하면, 전기차가 점차 늘어나 수전설비 계약 용량이 부족해지는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다.

다음으로 전기차 화재는 인명과 주변 시설 피해, 제조사와의 법적 분쟁 등 개인 범위에서 해결할 수 없는 피해 규모로 이어질 수 있다. 자연재해에 대비하듯이 차량 제조사 등으로부터 일정률의 손실보상 보험료를 징수해 화재 시 피해 보상을 사회적 차원으로 대처하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전기차는 미래에 대비하는 친환경 기술의 결과며, 배터리는 미래 에너지의 핵심적 요소다. 안전성 문제로 사회적 불안이 증대돼 관련 기술의 발전에 주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구의 모든 생명체가 공포감을 느낄 때 인간만이 그것을 이겨내고 불을 다룰 수 있었다.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전기차 문제도 공포로 회피하기보다는 반드시 넘어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