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대 명품 온라인 플랫폼인 ‘머·트·발’(머스트잇 트렌비 발란)이 소비 침체로 고전하는 가운데 후발 주자인 젠테가 나홀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오픈마켓 형태인 머·트·발과 달리 세계 150여 개 부티크에서 직매입한 상품을 판매해 신뢰도를 높인 것이 비결로 꼽힌다.
젠테는 올해 상반기 매출 330억원, 영업이익 6억2000만원을 올렸다고 23일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7.3% 늘었고, 영업이익은 처음으로 흑자 전환했다. 젠테는 올해 1분기 창사 후 처음으로 분기 기준 영업이익 흑자를 냈다.
2020년 설립된 젠테는 작년까지 연평균 400%에 가까운 매출 증가율을 보였다. 창사 이듬해인 2021년 132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309억원으로 늘었다. 올해는 800억원 안팎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젠테 관계자는 “매출 대비 광고비 비중을 1% 미만으로 유지하고 있고, ‘가품 0%’ ‘부티크 직매입 100%’ 정책을 통해 신뢰를 구축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젠테의 광고선전비는 2022년 23억원에서 지난해 19억원으로 17% 줄었다. 광고비는 명품 온라인 플랫폼들의 적자를 누적시키는 주요인으로 지목된다. 지난 1년간 젠테 고객의 평균 재구매율은 55.5%에 달한다. 평균 구매 횟수는 7.3회다.
2022년까지만 해도 젠테는 트렌비, 발란과 수백억원의 매출 차이를 보였지만 지난해 상황이 역전됐다. 발란, 트렌비의 작년 매출은 각각 392억원, 402억원으로 전년 대비 56%, 54.4% 급감했다. 머스트잇 역시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24.5% 줄었다.
젠테의 약진은 부티크 소싱 정책 덕분으로 분석된다. 머·트·발은 병행수입 판매자들에게 수수료를 받고 판매를 대행하는 오픈마켓 형태인 데 비해 젠테는 세계 유명 럭셔리 부티크에서 제품을 가져와 판매한다. 젠테와 파트너십을 맺은 부티크는 2020년 50개에서 현재 152개로 늘었다.
젠테는 최근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인 젠테포레를 구축했다. 파트너사들의 재고를 실시간 파악해 상품을 공급받는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주문 처리와 배송 시간을 단축하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오픈마켓형 명품 플랫폼의 구조적 문제로 지적되는 가품 논란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 병행수입 상품 매입 등 여러 유통 과정에서 가품이 섞여 들어올 수 있는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어서다.
머·트·발도 수익성 개선을 위해 부티크 직매입 비중을 늘리는 추세다. 발란은 올 들어 부티크에서 공급받은 상품을 기존 병행수입 채널 판매가 대비 30% 이상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 자체 앱에 부티크 전용 채널도 개설했다. 트렌비도 현재 10%가량인 부티크 직소싱 비중을 20%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