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 해양 방류를 개시한 지 만으로 꼭 1년이 지났다. 일본의 방류 결정 소식이 알려진 직후, 연예인까지 가세하며 극렬했던 반발은 어느새 잠잠해졌다. 판을 치던 루머와 괴담도 찾아보기 어렵다. "무책임한 괴담 정치에 애꿎은 어민들만 공포에 떨어야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2022년 5월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처리한 뒤 바닷물로 희석해 삼중수소의 농도를 낮춰 해양에 방류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현장 시찰, 한국 전문가들의 현장 시찰, IAEA 최종 보고서 발표 등 절차를 거쳐 2023년 8월 24일 방류를 시작했다.
과학에 근거한 절차였지만, 야당은 '믿을 수 없다'며 사회에 공포감을 조성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함께 쓰는 우물에 독극물을 퍼 넣으면서"(이재명 대표), "똥을 먹을지언정 후쿠시마 오염수를 먹을 수 없다"(임종성 전 의원) 등 말이 나왔다. 당시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후쿠시마 핵오염수 투기 저지"라면서 21일간 단식 농성을 벌였다. 민주당 일부 기초의원들은 오염수 방류 중단을 촉구하며 '집단 삭발'을 하는 결기까지 보였다.
정치권의 공포 조성은 결국 괴담과 음모론을 낳았다. 야권 극렬 지지자들은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이 일본으로부터 100만유로(약 15억원) 뇌물을 받고 보고서를 조작했다는 취지의 음모론을 폈다. 또 이들은 유튜버 쯔양이 '수산물 먹방'을 했을 때는 동영상 댓글 창에 몰려가 "오염수에 절여진 수산물 먹방 하지 말라", "오염수 버리는데 갑자기 해산물을 먹는 이유가 뭐냐"고 악플 테러를 가하기도 했다.
연예인들까지 나서면서 혼란은 가중됐다. 가수 자우림 김윤아는 방류 이후 SNS에 'RIP 地球(지구)'라고 적힌 이미지를 게시하며 "며칠 전부터 나는 분노에 휩싸여 있었다"면서 '디스토피아', '방사능비', '지옥' 등의 표현을 썼다. 가수 리아(본명 김재원)는 후쿠시마 원전 앞 바다에 잠수복을 입고 들어가 바닷물을 페트병에 담았다. "피폭당할 각오로 바다에 들어갔다"던 리아는 올해 총선에서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7번 순번을 받아 국회에 입성했다.
당시 어민들 사이에서는 "민주당에 후쿠시마 오염수 괴담 좀 그만 퍼뜨리라고 해달라"는 절규가 나왔다. 하지만 방류가 시작되고 시간이 흐르면서 정치권의 괴담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는 형국이다. "무서워서 회를 못 사 먹겠다"는 말이 흔하게 나왔던 방류 초기와 달리,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최근인 지난 7월 '해물 솥밥' 인증샷을 SNS에 올리면서 "이런 솥밥을 먹으면 자랑해야 한다고 배웠다"고 한 것만 봐도 그렇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는 오염수 처리 문제를 비판해온 조 대표가 해물 솥밥 사진을 올리자 "이 정도면 그냥 약 올리는 것 같다. 솥밥 먹으면 자랑해야 하는 건 배웠지만, 본인이 내뱉은 말은 지켜야 한다는 건 못 배운 대단한 '조스트라다무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방류 1년이 지난 2024년 8월,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이 '괴담 선동 정치'를 사과해야 한다고 맹공을 퍼붓고 있다. 지난 1년간 국내 해역, 공해 등에서 시료를 채취해 4만9600여건의 검사를 진행한 결과, 안전기준을 벗어난 사례는 단 1건도 없었으며, 야당의 선동 때문에 혈세 1조6000억원이 투입됐다는 것이다. 또 국민 공포감 증가와 국론 분열은 돈으로 환산할 수조차 없다고 짚었다.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은 지난 23일 "과학적 근거 없는 황당한 괴담이 거짓 선동으로 밝혀졌음에도 괴담 근원지인 야당은 대국민 사과조차 없이 무책임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22일 "민주당이 했던 말 중 실현된 건 하나도 없다. 그런 괴담 때문에 우리 수산업 어민들이 피해를 봤다"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무책임한 괴담 정치에 애꿎은 어민들만 공포에 떨어야 했다"며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는 괴담 정치는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