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뿐인 신혼여행인데 알차게 다녀와야죠." 올 겨울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 김모 씨(33)는 신혼여행지로 베트남 다낭을 택했다. 물가가 저렴해 비용 부담이 적을 것으로 생각해서다. 김 씨는 "평소 가기 어려운 유럽도 고민했지만, 휴양지로 신혼여행을 가기로 했다"며 "유럽보다 비용을 줄였지만 고급 호텔에서 럭셔리하게 보낼 수 있어 기대된다"고 말했다.
해외여행을 준비하는 여행객들 사이에서 비용을 아끼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여행'이 대세로 자리잡았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기조가 계속되는 탓이다. 비용을 아낄 수 있다면 계획했던 여행지를 바꿀 정도다. 신혼여행은 비용을 들여서라도 평소 가기 어려운 원거리 여행지를 가는 경우가 많았지만, 예비 부부도 최근엔 달라지는 추세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여행 애플리케이션(앱) 스카이스캐너가 최근 한국인 1000명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 결과 대다수 응답자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면 신혼여행지를 더 저렴한 여행지로 대체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업계 관계자는 "신혼여행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남기는 여행으로 결혼 준비 중인 이들이 가장 기대하는 순간"이라면서도 "결혼 준비로 이미 많은 비용을 지출한 뒤라 한정적 예산으로 만족도 높은 여행을 찾는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특히 신혼여행을 계획할 땐 숙소를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편과 현지 교통 등 이동 경비는 아끼더라도 숙소는 4~5성급 고급호텔에서 머무는 식으로 절충하는 분위기. 응답자의 41%는 예산이 제한적이더라도 신혼여행지에서 럭셔리한 숙소는 포기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일반적으로 신혼여행을 떠날 때 고려하는 '럭셔리한 결혼 선물 구입(23%)', '비즈니스 클래스 등 프리미엄 항공편 이용(20%)'보다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다.
제시카 민 스카이스캐너 여행 트렌드 및 데스티네이션 전문가는 "결혼 성수기인 봄, 가을 호텔 예약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상위 10곳 중 5곳 이상이 해변에 위치한 고급 리조트였을 만큼 해변 휴양지에 대한 수요가 높았다"며 "이러한 선호는 신혼여행 트렌드까지 이어졌다"고 말했다.
항공편, 숙소 예약 등 신혼여행 준비는 평균 6~7개월 전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혼여행 기간에 대해서는 과반의 응답자가 '1주 이상 2주 이내(51%)'가 적절하다고 답했고, '1주 미만'은 31%로 2위였다.
해외로 신혼여행을 떠날 경우 2명 중 1명꼴로 '1개국만 방문'을 선호했다. '경유 포함 최대 2개국'을 여행하겠다고 답한 응답자는 33%로 집계됐다. 혼인 여부에 따라 여행 국가 수에 대한 선호도 차이를 보였다. 기혼자가 생각하는 적정 여행 국가 수는 평균 1.6개국, 독신의 경우 평균 2.1개국으로 집계됐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