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 유학생을 가사관리사(가사도우미)로 채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아르바이트 형태로 고용하는 ‘사적 계약’을 허용해 최저임금을 적용받지 않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육아 서비스 비용을 낮춰 부부들의 양육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3일 기자들과 만나 “법무부가 유학생 등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을 가정에 고용하는 방안을 시범 사업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 방안은 (유학생들이) 아르바이트 형태로 특정 플랫폼에서 사적 계약을 맺은 뒤 아이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따라서 최저임금(시간당 9860원)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는 부부의 양육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이다. 다음달부터 서울시는 필리핀 가사도우미 시범사업을 시행한다. 다만 필리핀 가사도우미가 한국의 최저임금제도를 적용 받아 고용 비용이 비싸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로 필리핀 가사관리사의 월급이 230만원에 달하면서 시범사업에 선정된 10가구 중 3가구는 강남 3구에 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외국인 유학생을 가사도우미로 채용할 경우에는 사적 계약을 허용해 고용 비용을 낮추도록 한다는 것이 정부 구상이다. 필리핀 가사도우미 시범사업은 양국 정부가 협상을 통해 도입한 제도인 반면, 유학생 가사도우미 채용은 아르바이트 형태의 고용이어서 사적 계약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대통령실은 일각에서 제기된 외국인 가사도우미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 적용에 대해서는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외국인 가사도우미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 적용은 국내법과 국제 협약 등을 고려하면서 불법 체류 등 현실적인 부분에 대한 검토를 토대로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게 정부와 대통령실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