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만든 韓 대하드라마…강렬한 멜로와 서사로 돌아온 파친코2

입력 2024-08-23 14:06
수정 2024-08-26 08:04



미국 자본이 만든 한국 대하드라마 파친코가 시즌2로 돌아온다. 23일 첫 회를 공개하는 Apple TV+ 시리즈 '파친코 시즌2'는 전 시즌에 비해 한층 깊은 멜로와 강렬한 서사로 전세계 관객을 찾는다.

동명의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파친코 시리즈는 일제강점기부터 4대에 걸친 재일교포 가족의 연대기를 다룬다. 떳떳한 삶을 위해 낯선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온 강한 여인 선자의 시선을 통해 한국, 일본, 미국을 오가며 사랑과 생존 등 광범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날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파친코 시즌 2' 기자간담회에는 작품의 주역들인 배우 윤여정, 이민호, 김민하, 정은채, 김성규가 참석했다. 선자 역을 맡은 배우 김민하는 "시즌 2 배경은 (시즌1 이후) 7년이라는 세월이 지났고, 선자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됐다"며 "시즌2에서는 선자의 모성애, 가족 구성원들과의 관계 속에서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그리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새 시즌에는 배우 김성규가 김창호 역으로 합류한다. 창호는 고한수(이민호)의 부하이자 경희(정은채)를 짝사랑하는 역할로 등장한다. 김성규는 "작품에 합류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조용히 혼자 크게 기뻐했다"며 "이전 작품에서 맡은 역할과 전혀 다른 캐릭터라 어떻게 봐주실 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시즌 2에서는 오사카에 뿌리내린 조선인들이 서로 연대하며 살아가는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선자(김민하)와 한수(이민호)가 아들 노아로 인해 재회하면서 멜로 라인도 강해졌다. 한수는 친일파 야쿠자이자 사업가로 일본 여자와 결혼해 자식까지 낳았지만, 선자와 사랑에 빠진뒤 점점 집착하게 된다.

이런 설정으로 인해 한수 역의 이민호는 '파친코'에서 '쓰랑꾼(쓰레기+사랑꾼)', '해바레기(해바라기+쓰레기)'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민호는 "그 시대는 남자나 여자나 서로를 이해하는데 서툴렀고 그럴 필요성도 없었다. 굉장히 감정이 토막 나 있던 시대라고 생각한다"며 "그게 더 진화가 돼 시즌2에서는 한수가 많은 걸 얻을수록 정체성은 희미해지면서 선자에게 더 집착하게 되는 인물이라 생각했다"고 전했다.



김민하는 "한수를 밀어내면서도 (한수에게) 이끌리는 선자를 표현하기 위해 복잡한 감정의 여정을 떠났던 것 같다. (한수에 대한 감정에) 정의를 내리고 싶지만 정의가 안 내려지는 게 맞다. 복잡한 채로 상황에 집중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파친코 시리즈는 여러 세대의 삶을 통해 한국의 아픈 역사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한국 역사가 글로벌 제작사와 OTT를 통해 전세계에 널리 알려지고 있는 셈이다. '늙은 선자' 역을 맡은 배우 윤여정은 이에 대해 "극중 아들 아라이 소지(모자수)에게 자니이치의 삶에 대해 물어봤다. 걔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느순간 울었다. 생각보다 우리 역사에 대해 모르고 살았고, 그 뒷 얘기, 실제 얘기를 알 수 있어서 감사했고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배우 아라이 소지는 재일교포 3세로 알려져 있다.



윤여정은 일본어 연기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국말로 감정을 이해해서 일본어로 말하는 게 쉽지가 않았다. 구구단을 외우듯 외웠다. 일본어 시킬거면 시즌3는 안 한다고 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파친코는 제작비 1000억원에 달하는 대작이다. 여러 명의 프로듀서와 돌아가면서 촬영하는 전형적인 할리우드 시스템으로 만들어졌다. 이민호는 "현장에서 일본어, 영어, 한국어가 동시에 들리더라. 정체성을 잃는 그런 게 작품에 몰입시키는 힘인가 싶을 정도로 혼란했다(웃음). 언어에 따라 그 언어의 문화 감정 등을 따라가게 되는 걸보고 언어의 힘을 느꼈다"고 말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