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2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가 나아갈 속도보다는 3년 만기,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떨어지는 속도가 과하다”고 밝혔다. 지난달에 이어 다시 채권시장 투자자들에게 “시장금리 인하 폭이 과도하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한 것이다.
이 총재는 이날 한은 본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과거와 비교해서도 지금 (시장금리 하락) 정도가 심하다는 데 금통위원들이 의견을 같이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최근 시장금리가 떨어진 요인을 설명하면서 투기세력도 가세하고 있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이 총재는 최근 시장금리 하락 요인으로 글로벌 금리 인하 기대를 거론하며 “올해 발행할 장기 국채 3분의 2가 상반기 발행됐고, 하반기 발행 (물량이) 줄어드니 (시장 참여자들이) 베팅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기준금리 하락 기대에 더해 하반기 국채 발행량이 줄어드는 상황을 노려 투기 물량이 가세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가능성도 시장금리 하락의 요인으로 거론했다. 이 총재는 “해외 투자는 외환시장제도 개선 등으로 올 9월 또는 내년 3월 세계국채지수에 편입될 가능성을 보고 있는데, 준비하는 과정에서 특히 10년 만기 국채 수요가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그는 최근 단기금리보다 장기금리가 더 낮아진 금리 역전 현상이 향후 경기 침체를 반영한 현상이라는 지적에도 “한쪽으로 베팅한 분들의 의견이 아닐까 한다”고 일축했다. 이 총재는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소폭 높았던 지난 5월엔 경기가 더 좋지 않았던 사실을 지적하며 “경기로 (금리 역전을) 해석하는 건 아전인수격”이라고 했다.
그는 7월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시장금리가 기준금리 인하 기대를 다소 과도하게 선반영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시장금리 하락세는 이 총재의 경고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어졌다. 7월 초 연 3.2% 선에 거래되던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현재 연 2.9%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