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기아가 자동차 실내 온도를 제어하는 다양한 기술을 선보였다. 차량 유리에 부착하는 나노 쿨링 필름, 복사열 난방 시스템 등이다. 현대차·기아는 차량이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하나의 생활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 발맞춰 온도 제어 기술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현대차·기아는 22일 서울 중구 장충동 '크레스트 72'에서 '히트 테크 데이'를 열고 차량 내부 온도를 조절해 실내 공간을 쾌적하게 만드는 3가지 기술을 선보였다. △차량 유리에 부착해 실내 온도를 낮추는 '나노 쿨링 필름' △탑승객 주위의 발열체를 통해 체감 온도를 빠르게 끌어올리는 '복사열 난방 시스템' △세계 최초 48V(볼트) 시스템을 적용해 유리 내부 금속 코팅에서 빠르게 열을 내뿜어 서리와 습기를 제거하는 '금속 코팅 발열 유리' 등이다.
창문 부착시 여름 차량 온도 최대 10도 낮아져현대차·기아가 이날 공개한 나노 쿨링 필름은 차량에 부착하기만 해도 실내 온도를 크게 낮출 수 있는 기술이다. 나노 쿨링 필름은 외부의 열을 차단만 하는 기존의 틴팅 필름과는 달리, 열 차단과 함께 외부로 열을 방출하는 기능까지 갖춘 첨단 소재다. 현대차는 지난 4월 틴팅이 법적으로 금지된 파키스탄에서 투명한 나노 쿨링 필름을 70여대의 차량에 무상으로 장착하는 캠페인을 진행에 현지에서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이날 행사에서는 나노 쿨링 필름이 부착된 아이오닉6이 전시됐다. 필름 시공 차량의 센터 콘솔 부근 실내 온도는 36도를 기록했지만, 시공이 안 된 차량은 48.5도를 기록하며 큰 차이를 보였다. 차량 유리에 필름을 부착하는 것만으로 여름철 실내 온도를 최대 10도 이상 낮출 수 있는 셈이다.
특히 가시광선의 투과도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유리창을 어둡게 하지 않으면서 기존 틴팅 필름과 함께 사용할 수 있다. 이민재 현대차·기아 에너지소자연구팀 책임연구원은 "국내에서 최초로 실제 차량에 적용한 나노 쿨링 필름을 선보이게 돼 기쁘다"며 "기술의 완성도를 양산 수준까지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필름형 발열체 부착...히터 안 틀어도 따뜻하게복사열 난방 시스템은 겨울철 탑승자의 몸을 빠르게 데워주는 기술이다. 탑승자의 다리 부위를 둘러싼 위치에 복사열을 발산하는 발열체를 적용해 겨울철 차가워진 탑승자의 몸을 빠르게 덥힌다. 현대차·기아는 복사열 난방 시스템을 향후 출시되는 신차에 탑재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기아는 복사열 난방 시스템을 기존 공조 시스템과 함께 활용한다면 적정 온도에 도달하는 데 에너지를 17% 절감할 수 있고, 3분 안에 하체에 따뜻함이 전달되기 때문에 탑승객의 쾌적함이 크게 향상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기술을 통해 공조 장치의 건조한 바람이 피부에 직접 닿음으로써 느끼던 불편함이 해소되고 건조하지 않은 쾌적한 난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실내 난방을 위해 소요되는 에너지 사용량 저감을 통해 겨울철 전기차 주행거리 확대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핵심 기술은 고온 필름형 발열체와 화상 방지 시스템이다. 110도까지 열을 발생시키는 필름형 발열체가 각 모듈 안에서 열을 발생시키고 이를 감싸고 있는 직물 소재가 인체에 따뜻한 온도로 열을 조절해 원적외선을 방출한다. 또한 각 발열체 모듈에는 신체가 닿는 즉시 이를 감지하고 온도를 낮추는 화상 방지 시스템이 적용되어 혹시 모를 화상 위험을 없앴다.
이날 행사에 전시된 EV9에는 총 9개에 달하는 위치에 복사열 난방 발열체를 적용했다. 운전석에는 스티어링 칼럼 아래쪽과 도어, 센터 콘솔 등 5곳, 동승석에는 도어, 센터 콘솔, 글로브박스 아래쪽 등 4곳이다.
오만주 현대차·기아 통합열관리리서치랩 연구위원은 "겨울철의 추위를 가장 빠르게 없앨 수 있는 방법의 하나는 복사 난방"이라며 "복사열 난방 시스템을 통해 빠르면서도 건조하지 않은 난방이 가능해질 것이므로 고객들이 겨울에도 차를 타는 데 거리낌이 없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투명한 금속 코팅 면에서 열 발생...서리,습기 관리마지막으로 현대차·기아는 이날 세계 최초로 48V 시스템을 적용한 '금속 코팅 발열 유리' 기술을 소개했다. 차량 전면의 접합 유리 사이에 약 20개 층으로 구성된 금속 코팅을 삽입해 유리 스스로 열을 발생시켜 겨울철 서리나 습기를 제거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특히 48V의 고전압 시스템을 통해 영하 18도에서도 유리 표면의 성에를 5분 이내에 완전히 제거할 수 있어 기존 내연기관차 공조 시스템과 비교해 약 10% 더 적은 전력으로 최대 4배 빠른 제상이 가능하다. 더운 날씨에는 전력을 쓰지 않고도 삽입된 금속 코팅이 외부에서 오는 태양 에너지를 최소 60% 차단할 수 있어 차량의 에너지 효율 개선에 큰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캐나다나 북유럽 등 혹한 지역의 전면 유리에 주로 적용되던 텅스텐 와이어 열선 대비 시인성이 크게 개선돼 열선이 전혀 보이지 않고, 빛 번짐이나 왜곡 없이 운전자에게 깨끗한 시야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이날 행사에는 실제 차량에 탑재되는 것과 동일한 크기의 금속 코팅 발열 유리가 전시돼 참석자들에게 큰 관심을 받았다. 참석자들은 전시된 유리를 직접 만져보며 높은 시인성과 발열 성능을 확인했다.
현대차·기아는 금속 코팅 발열 유리 관련 기술을 국내외 주요 시장에 특허 출원했으며, 향후 출시되는 신차에 적용할 예정이다.
정기헌 현대차·기아 MLV외장설계1팀 파트장은 "금속 코팅 발열 유리가 적용되면 단순히 고객의 편의와 쾌적성이 높아지는 것뿐만 아니라 주행 안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특히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할 수 있는 서리를 빠르게 제거할 수 있는 48V 시스템과의 만남으로 기술의 효용과 완성도가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