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에 이어 실수요로 꼽히는 전세자금대출 제한에 나선 것은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주택 거래 관련 가계대출이 급증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1780조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3월 말보다 13조5000억원, 1년 전보다 32조6000억원 급증했다. 다음달 1일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을 앞두고 ‘막차 수요’까지 몰리며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이달 들어서만 지난 14일까지 4조1795억원이나 불어났다. ○전세대출까지 조인다
신한은행이 오는 26일부터 취급을 중단하기로 한 대출 실행일 임대인(매수자) 소유권 이전과 선순위채권 말소 또는 감액, 주택 처분 등을 조건부로 하는 전세대출은 갭투자(전세를 낀 주택 매입)를 막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임대인 소유권 이전 조건은 전세대출을 받은 세입자가 대출 계약 때와 입주할 때 집주인이 똑같아야 한다는 얘기다. 주택소유권 이전과 동시에 전세보증금을 최대한 높이는 방식의 갭투자에 전세대출을 내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선순위 채권 말소 또는 감액 조건의 전세대출도 중단하기로 했다. 이전까지는 세입자가 입주하려는 주택에 선순위 대출이 있어도 집주인이 선순위대출을 감액하거나 완전히 말소하는 조건으로 세입자에게 전세대출을 내줬다. 앞으로는 집주인이 세입자로부터 받은 전세자금으로 기존 선순위대출을 완전히 상환하겠다고 약속하더라도 세입자에게 전세대출을 내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주택을 보유한 세입자가 본인 주택 처분조건부로 전세대출을 최대로 신청하는 경우, 이 자금이 집주인에게 흘러가 갭투자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주택처분조건 전세대출도 중지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주담대와 동시에 가입하는 보험인 플러스모기지론(MCI·MCG)도 중단한다. 서울(5500만원) 경기(4800만원) 등의 주담대 한도가 줄어들게 될 전망이다.
하지만 갭투자를 막기 위한 전세대출 중단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꺾을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규 주택 매입과 버팀목 정책대출 전환 등으로 전세대출 수요는 감소하고 있어서다.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전세대출 잔액은 118조6241억원으로 전달 대비 4014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은행권에서는 이달 전세대출 증가 폭이 더 둔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택 관련 대출 문턱 높아질 듯다른 은행들도 주담대 문턱을 높이고 있다. 은행권에서 가계대출 잔액이 가장 많은 국민은행은 지난달 29일부터 다주택자(2주택 이상)의 주택담보대출(구입자금용)을 무기한 중단했다. 다른 은행의 주담대를 국민은행으로 갈아타기 위한 대면 방식 대환대출도 불가능하다. 금리 인상만으로는 가계대출 속도를 늦추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최근 대출금리를 높인 하나은행도 다주택자 주담대 모니터링 강화 등 추가 대책을 검토 중이다.
김보형/박재원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