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 안전을 좌우하는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사업을 본격화한다고 21일 발표했다. LG엔솔의 배터리셀을 장착하지 않은 전기차에도 BMS를 공급해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의미다.
김동명 LG엔솔 사장(사진)은 이날 이 같은 비전을 밝히며 “제조뿐 아니라 BMS 솔루션 분야에서도 대체 불가능한 최고의 차별적 고객 가치를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BMS는 전기차에 들어간 배터리의 ‘두뇌’로 불린다. 배터리 화재를 예방할 수 있는 최후의 마지노선으로 주목받고 있다. LG엔솔은 글로벌 배터리셀 제조사 중에선 BMS 기술 분야에서 가장 오랜 업력을 갖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LG엔솔이 보유한 BMS 관련 특허는 8000개가 넘는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 주요 배터리 기업이 출원한 BMS 특허(2022년 기준) 가운데 LG엔솔이 약 40%를 차지할 정도다. LG엔솔의 BMS 소프트웨어가 적용된 전기차만 해도 13만여 대에 달한다. 최고기술책임자(CTO) 산하의 BMS개발센터에 450명을 배치하는 등 관련 투자를 늘린 덕분이다.
LG엔솔의 안전진단 소프트웨어는 △충전 중 전압 하강 △배터리 탭 불량 △미세 내부 단락 △비정상 퇴화 △비정상 방전 △특정 셀 용량 편차 △리튬 과다 석출 등 다양한 불량을 잡아낼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가상의 조건을 예측해 개발한 다른 배터리 진단 소프트웨어보다 정확도가 훨씬 높다는 것이 LG엔솔의 설명이다.
이런 장점 덕에 LG엔솔의 안전진단 소프트웨어는 글로벌 완성차 9곳의 전기차에 적용되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최근 공개한 BMS에도 LG엔솔이 공급한 소프트웨어가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인공지능(AI) 컴퓨팅 기술을 활용해 알고리즘을 고도화하고 있다”며 “퇴화 진단 오차율은 업계 최고 수준인 1%대”라고 말했다.
LG엔솔의 이 같은 움직임은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불안과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메르세데스벤츠만 해도 국내에 출시한 차량 대부분에 중국산 배터리를 장착했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LG엔솔은 특허를 활용해 중국의 경쟁사들을 견제할 수 있다”며 “유럽의 주요 전기차 제조사를 자사 BMS 기술 고객사로 확대하는 것도 이 같은 전략 중 하나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