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재명도 맞장구친 상속세 완화…이참에 증여세도 손 봐야

입력 2024-08-20 17:43
수정 2024-08-21 06:57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상속세 문제를 꺼내 들었다. 상속세율 인하엔 반대했지만 집값 및 물가 상승을 고려해 1996년 이후 5억원으로 묶여 있는 일괄공제를 높이자고 제안했다. 이렇게 하면 배우자 공제(5억원)를 합해 10억원으로 정해진 상속세 공제한도가 28년 만에 늘어나게 된다. 이 대표 말대로 지난해 서울의 상속세 과세 비율이 15%를 넘을 정도로 상속세는 이제 중산층 세금이 됐다. 상속세를 내지 못해 집을 팔거나 집에서 쫓겨나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상속세 개정을 추진 중이다. 상속세 자녀공제액을 1인당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올리고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인하하는 게 내년도 세법 개정안의 골자다. 기업의 최대주주가 주식을 상속할 때 20% 할증 제도도 없애기로 했다. 다만 거대 야당의 협조 없이는 상속세 관련 법은 한 줄도 바꿀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이 대표가 상속세 개정에 물꼬를 튼 건 긍정적이다.

상속세만 완화하고 증여세를 그대로 두는 것이 맞는지도 생각해 볼 일이다. 부모가 사망한 뒤 부모 재산이 자녀에게 이전되는 건 자연스럽고 부모 생전에 재산을 자녀에게 증여하는 건 잘못된 것으로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상속보다 증여를 늘리는 게 젊은 층의 창업과 소비촉진에 도움이 된다는 게 정설이다.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상속 자녀 연령대가 올라가고 있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초고령화사회 진입을 앞두고 증여세 손질 없이 상속 공제만 늘리면 노인 부모가 노인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이른바 ‘노노(老老) 상속’만 부추길 뿐이다. 증여를 통해 사회 전체의 부가 노인 세대에서 젊은 층으로 자연스럽게 이전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게 세대 갈등을 줄이고 경제활력도 높이는 길이다. 증여를 ‘부모 찬스’로 여기는 국민 정서의 영향으로 증여세의 배우자공제(6억원)는 2008년부터, 자녀공제(성년 5000만원)는 2014년부터 10년 이상 그대로다. 25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 대표가 만나는 자리에서 상속세뿐 아니라 증여세 개정도 논의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