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의 대표적 성장주로 꼽히는 네이버와 카카오 주가가 미국 금리 인하가 가시화한 최근에도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성장성이 부각되던 과거엔 두 기업 모두 저금리 시기 커진 유동성을 바탕으로 높은 밸류에이션을 부여받았지만 최근엔 신사업 부재로 금리 인하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최근 6개월간 개인 순매수 종목 1위와 4위에 올라 ‘동학개미’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하락 땐 커플링, 상승 땐 디커플링
2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네이버는 전 거래일과 같은 15만6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들어 31.16% 떨어졌다. 카카오는 이날 0.41% 내린 3만6500원에 마감해 연초 대비 주가가 36.96% 하락했다. 두 종목은 다른 시가총액 상위주들이 이달 초 폭락 전 주가를 회복하는 가운데서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네이버는 이달 1일 종가 17만5000원 대비 10.5% 하락했고 카카오는 같은 기간 8.3% 내렸다.
특히 이날 증시에서는 매파로 꼽히는 닐 카시카리 미국 미니애폴리스연방은행 총재까지 오는 9월 금리 인하를 시사하며 건설, 증권 등 수혜주들이 강세를 보였지만 ‘네카오’는 요지부동이었다. 과거 두 종목은 저금리로 유동성이 풍부해지면 신사업 가치가 인정받으며 주가가 탄력을 받았다. 금리가 낮았던 2019년 한 해 동안 네이버 주가가 52.9% 오른 게 대표적이다.
역사적 고점 대비 네이버는 66%, 카카오는 79% 주가가 폭락했음에도 두 종목의 밸류에이션은 여전히 높은 편이다. 카카오의 올해 실적 추정치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42.84배다. 네이버도 약 16배에 달한다. 반면 삼성전자는 13.33배, SK하이닉스는 8.56배, 현대자동차는 5.09배에 불과하다. 더 이상 성장주로 평가받기 어려워증권업계에선 더 이상 두 종목을 ‘성장주’로 분류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고, 쇼핑 등 기존 사업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음에도 주가가 지지부진한 것은 미래에도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동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실적이 부진한 카카오뿐 아니라 올 2분기 증권가 추정치를 웃도는 472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네이버 역시 주가가 탄력을 받지 못하는 이유다.
김하정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네이버에 대해 “그나마 광고 실적이 주가의 바닥을 지탱하는 근거”라면서도 “장기 성장동력 없이는 성장주 멀티플을 적용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카카오에 대해서는 “인공지능(AI) 사업이 하반기 공개되지만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글로벌 빅테크 중심으로 막대한 투자가 이뤄지는 AI 사업 역시 네이버와 카카오가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주가 부진이 길어지면서 개인투자자의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 최근 6개월간 개인투자자는 네이버를 1조8647억원어치 사들였다. 국내 증시 개인 순매수 종목 1위다. 6899억원어치 순매수한 카카오는 4위에 올랐다. 이 기간에 카카오 주가가 37.29%, 네이버는 23.05% 빠진 만큼 대부분 개인투자자가 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