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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도입된 지 50년이 된 바코드 시스템이 이르면 2027년부터 정보무늬(QR코드)로 대체될 것으로 전망된다. 코카콜라, 로레알 등 글로벌 브랜드를 비롯해 상당수 유통 업체가 더 많은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QR코드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저물어가는 바코드 시대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현지시간) “코카콜라, 로레알, 프록터앤드갬블(P&G) 같은 세계적 회사가 유통·소매 업체와 함께 QR코드 전환에 앞장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르면 3년 뒤 QR코드가 바코드를 전면적으로 대체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바코드는 1940년대 후반 탄생했지만 표준화된 바코드(범용 제품 코드·UPC)가 등장한 건 1974년이다. 유럽 비영리 단체 GS1이 모든 제품에 12~13자리 코드가 할당된 표준을 만들면서다. GS1은 “현재 바코드는 10억 개 이상 제품을 식별하는 데 사용된다”며 “매일 100억 번 넘게 스캔되면서 글로벌 상거래의 초석 역할을 한다”고 했다.
매장 직원은 바코드 스캔으로 각 제품에 표시된 가격을 수작업으로 입력하던 방식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계산대 회전율도 빨라졌다. 밥 카펜터 GS1 최고경영자(CEO)는 “바코드는 레이저 스캔만으로 제품 정보를 식별할 수 있기 때문에 소매 업체의 재고 추적과 판매 방식에 혁신을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1994년 발명된 QR코드는 2010년대 이후 스마트폰 보급으로 더욱 확산됐다. QR코드는 제품 정보를 바코드보다 훨씬 많이 저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고객은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스캔해 영양 정보, 제품 사용법, 친환경 및 지속가능성 여부 등 자세한 정보를 확인 가능하다. 라벨에는 담을 수 없는 각종 혜택도 찾아볼 수 있다. 아울러 소매상은 QR코드를 활용해 할인권·리콜 등 제품 관리를 상대적으로 쉽게 할 수 있다. 대세가 된 QR코드많은 글로벌 업체가 자사 제품에 바코드 외에 QR코드를 부착하며 ‘코드 전환’에 나서고 있다. 코카콜라는 지난해 소매 업체와 협력해 한정판 환타 제품에 이런 시도를 했다. 로레알은 염색약 패키지에 부착된 QR코드를 통해 소비자가 해당 색상을 가상으로 염색해보고 사용법을 시청할 수 있는 웹사이트로 접속할 수 있게 했다. 스테판 라누젤 로레알 뷰티테크 프로그램 담당자는 “이 같은 경험을 한 소비자의 향후 구매 가능성이 2~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물론 전환 비용은 업체에 부담이다. 업계 간 글로벌 협업, 라벨 등 제품 외관 제조 방식 변경, 소매·유통 업체를 위한 소프트웨어·하드웨어 업데이트, 셀프 계산을 하는 소비자 대상 교육 등 여러 단계의 전환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P&G는 “신제품 출시와 동시에 ‘아트워크 수정’(제품의 포장 디자인이나 라벨에 표시되는 그래픽, 텍스트, 색상 변경)을 해 전환 비용을 낮추겠다”고 밝혔다. WSJ는 “소비자들이 언제나 QR 코드 스캔을 통한 상호작용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를 복잡하게 하는 요인”이라고 전했다.
업계의 궁극적 목표는 단일 QR코드를 만드는 것이다. 현재 POS(소매점에서 소비자가 결제를 완료하고 상품을 구매하는 데 사용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기술)에서 QR코드를 사용하려면 GS1에서 설정한 디지털 표준이 내장돼 있어야 한다. GS1은 3년 이내에 기존 UPC 바코드에서 POS 지원 QR코드로 완전히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선라이즈 2027’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GS1의 ‘QR코드 전환’ 성명 발표에는 로레알과 P&G를 포함해 알리바바, 카르푸, AS왓슨 등 22개사가 참여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