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리우스 아살 "제게 피아노는 일종의 모국어…어릴 때부터 즉흥 연주 즐겼죠"

입력 2024-08-20 18:17
수정 2024-08-21 01:34

갓난아기는 부모의 말을 흉내 내며 자연스레 언어를 터득한다. 독일 피아니스트 율리우스 아살(27)에게는 음악이 일종의 ‘모국어’였다. 음악가 부모님 밑에서 자란 그는 말을 배우기도 전에 소리를 듣고 건반을 두드렸다. 한국 데뷔 무대를 위해 서울 예술의전당을 찾은 아살을 최근 만났다. 그는 “피아노는 밥 먹고, 호흡하는 것처럼 내겐 하나의 언어이자 삶의 일부”라고 말했다.

유년 시절 독학으로 피아노를 습득한 그는 베를린 한스아이슬러 국립음대와 크론베르크 아카데미에서 엘다르 네볼신, 언드라시 시프의 가르침을 받았다. 말하듯 자연스럽게 피아니스트의 길을 걷던 아살은 지난해 도이치그라모폰(DG) 전속 아티스트로 합류하며 주목받는 신예로 부상했다.

그는 여느 클래식 스타처럼 콩쿠르를 관문으로 국제 무대에 이름을 알리는 대신 창의적인 기획력과 음악에 대한 독특한 접근으로 음악계를 매료하고 있다. 그는 “평소 프로그램과 콘셉트에 관해 많은 생각을 해왔다”며 “앨범 작업을 특히 좋아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지난 5월 선보인 그의 첫 DG 음반 ‘스크리아빈-스카를라티’에서 그의 감각을 확인할 수 있다. 트랙 리스트를 보면 스크리아빈과 스카를라티의 작품이 번갈아 나타나는데, 비슷한 분위기의 곡을 짝지어 배열해 두 작곡가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여기에 그의 자작곡 ‘트랜지션’을 더하고, 스크리아빈 소나타 1번 4악장의 일부를 맨 처음과 끝에 붙였다. 마치 열린 결말처럼 곡 전체가 하나로 느껴지고 끝없이 반복되는 듯하다. 아살은 “두 작곡가는 살아온 시대, 사용한 언어, 음악 스타일이 모두 다르지만 모종의 연결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걸작의 본질을 잃지 않으면서 새로운 문맥을 창조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내한 무대에서는 음반 수록곡뿐 아니라 브람스 소나타 3번을 연주했다. 브람스 특유의 묵직한 텍스처가 음반 수록곡들과 대조적이라는 생각에서였다. “브람스와 음반곡 모두 F단조라는 조성을 공유하는데, 수록곡은 중력이 사라지고 어딘가 흩어지는 듯한 곡들이라 (브람스와) 대조적이에요. 브람스 음악에서는 중력의 개념이 뚜렷하게 드러나거든요. 같은 조성의 우주 안에 이토록 다른 느낌이라니, 흥미로워요.”

그가 즐겨 연주하는 작품은 어둡고 감정적으로 깊은 음악이 많다. 조성도 대체로 단조다. 아살은 이런 심연의 음악에 매료된다고 했다. “모든 음악가에게 갈등과 고뇌, 위기가 근본적으로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대부분의 작품에서 어느 순간 작곡가들이 지닌 어두움을 발견할 수 있죠.”

그는 즉흥 연주와 편곡, 작곡에도 두각을 보였다. DG와의 계약 후 자작곡 싱글 ‘12월 32일’을 발매했고, 3월에는 홀스트의 ‘행성’ 중 ‘화성’을 편곡해 음반을 냈다. 이번 내한 무대에서도 앙코르에서 즉흥 연주를 선보였다. “어릴 때부터 해온 즉흥 연주와 관련이 있어요. 제 데뷔 앨범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작품’에서도 편곡하며 즉흥 연주를 악보로 옮기는 작업을 했죠.”

아살은 어떤 음악가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그저 나답게 연주하고 싶다”고 답했다. “어떤 음악가가 될지 의식하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하는 프로젝트에 대해 자연스럽게 느끼고 표현하고 싶어요.

그걸 다른 사람이 어떻게 볼지는 그의 몫으로 두려고 합니다.” 최다은 기자 율리우스 아살에 대한 보다 상세한 기사는 이달 28일 발간되는 ‘아르떼’ 매거진 9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