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웹툰이 세계적으로 확산한 불법 유통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국인은 물론 외국인도 불법 사이트를 통해 웹툰을 소비하면서 플랫폼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정부가 대대적인 불법 유통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해외 사법기관과 공조해야만 사이트를 폐쇄할 수 있다 보니 뿌리 뽑기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불법 유통 사이트 방문 횟수 두 배↑
20일 웹 트래픽 분석업체 시밀러웹에 따르면 국제 웹툰 불법 유통 웹사이트 중 한 곳인 ‘톱만화(Top Manhua)’의 지난달 방문 횟수는 8039만 회에 달했다. 네이버웹툰의 공식 영문 웹사이트 ‘WEBTOON’의 방문 횟수인 3074만 회의 세 배에 육박한다. 영문 사이트인 톱만화는 ‘나 혼자만 레벨업’ ‘입학용병’ 등 인기 K웹툰을 무료로 볼 수 있어 영어권 이용자가 몰린다.
이런 해외 불법 유통 사이트 탓에 국내 K웹툰 플랫폼들은 울상이다. 국내 업체는 해외에서도 일정한 비용을 치르고 아직 공개되지 않은 회차를 미리 볼 수 있는 방식의 수익 모델(BM)을 채택하고 있다. 회당 가격은 200~600원이다. 그러나 불법 사이트에선 모든 회차 웹툰을 무료로 볼 수 있어 수익에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다. 예컨대 톱만화와 비슷한 불법 사이트인 ‘만화톱(Manhuatop)’에선 네이버웹툰의 인기작 ‘외모지상주의’를 515화까지 공짜로 볼 수 있다. 현재 공식 플랫폼에선 509화까지만 무료이고 510화부턴 유료로 결제해야 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웹툰 불법 유통 시장 규모는 7215억원에 달한다. 전체 산업의 39.45%를 차지하는 규모다. 업계 관계자는 “정식으로 진출한 적도 없는 국가에서 수많은 불법 K웹툰 공유 사이트가 운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피해 규모는 연간 수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현지 경찰 협조 없인 못 잡아웹툰업계는 모니터링 대행업체를 고용하고 자체 모니터링 기술을 개발해 대응하고 있다. 네이버웹툰은 툰레이더 기술을 개발해 2017년부터 복제물을 추적하고 있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아랍어권 최대 불법 유통 사이트인 ‘지망가(Gmanga)’를 비롯해 7개 대형 사이트를 폐쇄하기도 했다.
정부도 저작권 보호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경찰청은 인터폴과 함께 오는 12월까지 불법 사이트 합동 단속에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국제 공조가 쉽지 않아 불법 유통을 차단하기 힘든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 웹툰·만화 콘텐츠 사이트 운영자가 인터넷주소(IP)를 여러 번 세탁해 서버를 ‘추적 불가’ 상태로 만드는데, 이 경우엔 서버가 물리적으로 어느 국가에 있는지 알 수 없어 단속이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국어로 만화·웹툰을 불법 유통하는 ‘뉴토끼’ ‘마나토끼’ 등의 사이트도 IP 세탁을 통해 10여년간 불법 공유를 이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웹툰 불법 유통 사이트들은 범죄조직의 불법 도박 광고 등을 유치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 업계에선 정부가 불법 행위를 엄벌하고 불법 도박사이트와의 연계 고리를 끊는 등 더 강한 조치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콘텐츠업계 관계자는 “국내외 불법 유통 사이트를 그대로 둔다면 K웹툰은 해외 시장을 확대할 동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한목소리로 대응해 지난해 드라마·영화 불법 유통 사이트인 ‘누누TV’를 폐쇄한 것처럼 강경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희원/황동진 기자 to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