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을 앞둔 지금 중국 경제와 증시는 하강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한국 경제에 직접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나라는 미국과 중국입니다. 우리가 중국 경제의 변화를 읽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특히 중국 경제는 위기를 넘어 몰락하고 있다는 전문가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의 부진, 높은 청년 실업률, 소비 부진과 자영업의 도산으로 비어 있는 상가가 넘쳐납니다. 중국 경제는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시기를 맞이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올해 상반기 중국 경제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투자와 수출 등이 호조를 보여 반등을 기대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미국이나 서방은 중국이 저임금을 기반으로 훔친 기술이나 짝퉁 상품, 과잉생산과 덤핑판매, 환율 조작 등으로 글로벌 밸류체인(가치사슬) 40%를 차지하며 공급망을 교란해 대부분의 나라는 제조업 경쟁력을 상실하고 중국의 영향권 하에 놓이게 됐다는 시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세계인들은 중국이 코로나19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신뢰하기 어려운 나라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인구가 수천만이 넘는 대도시를 국민의 정서나 인권을 고려하지 않고 전면 봉쇄하는 전체주의 국가의 놀라운 광경을 세계인들은 목격했습니다. 중국인들은 코로나를 겪으면서 잠시 잊고 있던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격언을 실천했습니다.
중국인은 요즘 돈이 생기면 소비하기보다 은행을 찾아 저축하기에 급급합니다. 그들이 저축에 매달리는 이유는 정부의 예측할 수 없는 통제와 부동산 침체, 높은 실업률로 불확실성이 커져 미래에 대한 불안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가의 강력한 공무원 동원 체제, 공산당의 존재, 반부패에 대한 강력한 지도력, 젊은이들의 애국심, 일관된 공급망(SCM) 등은 중국의 핵심 경쟁력으로 평가받았으나, 현 정부의 전체주의적인 통제가 강화되면서 오히려 중국 사회를 경직시키고 발전의 저해 요인으로 평가받습니다. 중국의 황금주와 정부통제2020년 10월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의 정부 비판 이후 중국 정부의 규제는 강화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빅테크 기업이 보유한 방대한 데이터를 국가안보 위협으로 간주하고 데이터 보안 규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중국에는 '황금주'라고 불리는 '황금고제도'(黃金股制度)가 있습니다. 정부가 지분 1주만 보유해도 정부가 기업의 이사회에 참가할 수 있고 모든 주주가 주주총회에서 동의한 사안도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중국 정부는 황금주를 기업의 경영활동을 감독하고 규제를 강화하는 데 활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빅테크 기업(알리바바, 텐센트, 디디추싱, 만방그룹, 바이트댄스 등)들은 황금주에 의한 규제를 직접 받습니다. 민영기업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심각하게 훼손하여 테크 산업의 발전과 성장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외국인의 활동이 국가안보를 위협할 가능성이 있으면 입국 불허, 출국금지, 추방 등을 당할 수도 있다는 점도 중국에 대한 반감을 불러일으켜 투자를 줄이고 중국을 떠나는 기업이나 외국인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2024년 중국 주식시장에서 가장 큰 이슈는 부동산 시장의 부진과 정부의 증시 활성화 노력입니다. 중국의 개인과 기업 등은 자산이 부동산에 묶여 있어 부동산의 침체는 주식시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중국은 상장 기업의 재무 투명성 부족, 성장둔화, 무역마찰, 투자자 보호 미흡 등으로 주가조작이나 내부자거래와 같은 불법 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점도 중국 증시가 부진을 면치 못하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올해 중국 정부는 주식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밸류업 정책은 물론 통화와 재정 정책을 완화하여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지방정부가 더 많은 채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여, 지방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자동차 전자제품 구매 촉진을 위한 소비 활성화와 인프라 투자를 촉진하고 있으나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습니다. 만병의 근원은 부동산 침체블룸버그 이코노믹스(Bloomberg Economics)는 올해 5월 말 기준 중국 내 약 6000만 채의 미분양 아파트가 있는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중국의 경제발전 모델의 핵심 축을 이루는 부동산이 정부의 다양한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중국경제 만병의 근원이 되고 있습니다.
중국공산당의 '만기친람'(萬機親覽:임금이 모든 정사를 친히 보살핌)적 경제 개입과 강경한 외교정책은 미국과의 무역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또 글로벌 공급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낮추고, 투자자들의 신뢰를 저하해 중국 투자를 축소하거나 떠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올해 후반기 중국 경제는 부동산 침체의 지속과 소비 부진으로 적지 않은 도전을 받기는 하겠지만, 수출 호조와 제조업 부문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에 힘입어 4% 후반의 성장은 달성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미국이나 서방의 대(對)중국 무역 견제나 고율 관세 부과는 중국 경제회복을 막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국 부동산의 침체가 바닥을 다지고 상승을 보이고도 2~3년 지나야 소비지출이 증가할 것이라고 가정하면 중국경제의 회복은 여전히 시간을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조평규 경영학박사 /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