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광장에 6·25 참전용사 기리는 조형물 생긴다

입력 2024-08-20 10:08
수정 2024-08-20 18:10

서울 광화문광장에 6·25 참전용사를 기리는 조형물이 들어설 전망이다. 22개국 유엔군 참전군인들이 희생하면서 지킨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미래세대에 전하자는 취지다. 시민 의견 수렴 결과 총 500여건의 제안이 접수됐으며 200여건은 태극기를 활용한 조형물을 선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지난달 15일부터 지난 15일까지 한 달 간 홈페이지를 통해 시민 의견을 수렴한 결과 국가상징공간 조성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59%(308건), 반대는 40%(210건), 기타 1%(4건)으로 집계됐다고 20일 밝혔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6월 광화문광장에 국가상징조형물로 100m 높이 태극기 게양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가 반발 여론에 부딪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11일 기자설명회를 열어 국가상징공간에 대한 시민 제안을 적극 수렴하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

이날 오 시장은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보여드리기 위한 상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6·25 때 전세계 22개국에서 달려온 젊은이들이 없었다면 대한민국 번영의 밑바탕인 자유민주주의가 가능했겠느냐, 그걸 강조해서 드러내고자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첨단 미디어 기술이 적용된 제안이 꽤 있었다"며 "실시간 미디어 파사드를 활용하면 6·25 때 젊은 군인들의 넋을 기리는 공간을 넘어 365일 전세계와 교감하는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밝혔다.

국가상징공간 조성에 적합한 상징물은 태극기가 215건(41%), 무궁화 11건, 나라문장 및 국새 각 2건, 애국가 1건 등이었다. 이 외에도 훈민정음, 소나무, 역사정원, 6.25 참전국 국기, 독도 등 다양한 시민 의견이 제시됐다.

정부가 인정하는 대한민국 5대 국가상징물(국기·국가·국화·국장·국새)을 복합 조형물로 표출하자는 의견, 무궁화조경(무궁화광장) 및 무궁화 문양 조각 등으로 상징공간을 제작하자는 의견, 애국가 4절을 모티브로 한 영상물 및 조형물을 제작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이외에도 훈민정음, 소나무, 호랑이, 광개토대왕비, 독도를 비롯해 충북 직지 금속활자 등 각 지방을 대표하는 상징물을 콘텐츠로 제작해 전시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상징물 디자인을 두고도 여러 아이디어가 나왔다. 미디어아트 작품이나 빛조형물 등을 활용해 광화문광장을 예술성을 겸비한 공간으로 만들자는 제안, 국기게양대 형태의 미디어폴을 비롯해 키네틱(움직이는) 아트 등 예술적 조형미를 살린 상징물을 만들자는 제안 등이 있었다.

해시계, 훈민정음 등 역사성이 깃든 상징물을 통해 광화문광장의 위상을 높이자는 제안과 주변과 조화를 이루는 국가 상징적 건축물·공원 등을 함께 조성하자는 의견이 접수됐다.

반대의견도 있었다. ‘현재 광화문광장 인근에 국기게양대가 있어 추가 상징물은 불필요하다’, ‘세종대왕상 등 기존에 광화문광장에 있는 국가상징물로 광장의 역사성은 충분하므로 광화문광장 현 상태 유지를 희망한다’, ‘정책 및 예산의 우선순위를 고려한 사업 추진이 필요하다’ 등이다.

서울시는 이번 시민 제안을 토대로 광화문광장 국가상징공간 조성을 본격 추진할 예정이다. 이번 국가상징공간 시민의견 수렴 결과에 대해 전문가 자문과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 심의를 거치고, 이를 바탕으로 지침을 마련해 오는 9월 설계 공모를 진행한다. 연말 기본 및 실시설계에 착수한 뒤 2025년 5월 본격적인 공사 착수, 2025년 9월 준공해 국가상징공간을 진정한 시민의 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유창수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광화문광장에 자유와 평화 등 인류 보편의 가치와 후손들에게 물려줄 희생과 헌신의 의미를 모두 담은 조형물을 설치함으로써, 광화문광장을 국민이 공감하고 전세계인이 소통하며 함께 즐기는 공간으로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