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칼럼] 미국 금리인하 앞두고 불안심리 고조

입력 2024-08-19 15:00
수정 2024-08-19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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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미국 연준의 금리인하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8월 중순 현재 페드워치(Fed Watch)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연준의 9월 금리인하 확률은 100%다. 다만 0.25%p 인하 확률이 70.5%고, 0.50%p의 '빅 컷' 인하 확률이 29.5%라는 점에서 큰 폭으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도 있다. 당초 예상되었던 순차적 금리인하, 즉 ‘보험성 인하 (Insurance Cut)’에서 가파른 금리인하, 즉 ‘경기침체 인하 (Recession Cut)’ 전망도 포함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금리인하 가속 전망은 8월 초에 발표된 미국의 7월 민간고용 보고서 결과가 시장 예상 수준을 크게 하회했기 때문이다. 비농업 신규 취업자수는 전월에 비해 11만 4000명이 증가했는데, 이는 당초 예상되었던 17만 5000명과 최근 12개월 평균 취업자수 증가폭인 22만명을 모두 하회한 것이다. 더욱이 전체 실업률이 4.1%에서 4.3%로 오른 것은 실업자가 빠르게 늘고 있음을 의미한다. 미국의 경기침체 여부를 판단하는 전미경제연구소 (NBER)에서도 경기침체는 비농업 취업자수 증가가 중요하다고 언급한 것처럼 미국의 고용지표 부진이 미국 경기침체 우려, 그리고 연준의 빅 컷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1990년 이후 미국 금리인하 이전 시장 변동성 확대

미국 연준이 9월 금리인하를 시작한다는 것은 미국 경제에 고금리 부담을 낮추고, 금융시장에는 위험회피심리를 완화시켜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국제 외환시장에서도 그 동안 고금리의 매력을 누렸던 달러에 대한 기대도 약화될 것이다. 지난 2021년 6월부터 시작된 미국의 금리인상과 달러 강세의 공식은 이제 역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여전히 불안심리는 남아있다. 불안 요인은 두 가지다. 첫째는 미국 연준의 9월 금리인하에 대한 배경이다. 그 동안 시장에서는 연준의 첫 금리인하는 경기보다 물가 둔화에 근거한 ‘보험성 인하’로 예상되었다. 하지만 미국 고용지표가 빠르게 둔화되고 있고 앞으로 발표될 고용도 더욱 위축된다면 보험성 인하가 아니라 경기침체를 염두한 금리인하일 가능성도 있다.

둘째는 향후 연준의 금리인하 경로도 불안 요인이다. 다음 9월 중순 정례회의에서는 연준 위원들의 경제전망 (SEP)이 발표된다. 지난 6월 경제전망에서는 2024년 말과 2025년 말 목표금리를 상향 조정한 바 있다. 이번 9월 경제전망에서 향후 연준의 목표금리가 얼마나 하향 조정될 것인지, 혹은 그대로 유지될 것인지가 관건이다. 만약 경기하강을 근거로 목표금리를 큰 폭으로 하향 조정할 경우 시장은 미국의 금리인하보다 경기침체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미국의 금리인하 임박에도 첫 금리인하 결정을 앞두고 시장이 불안해하는 이유는 그만큼 미국의 통화정책 전환이 전세계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 역시 매우 크기 때문이다. 2021년 6월부터 시작된 미국의 금리인상 기대와 그에 따른 달러에 대한 선호가 이제는 미국 금리인하 전망에 투자 자금의 이동이 발생할 수 있다.


엔 캐리 수익 지수와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가장 최근 국제금융시장의 변화는 엔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이다. 그 동안 초저금리의 엔화를 이용하여 고금리의 달러화 등에 매입된 자금이 미국의 금리인하 전망 등으로 일부 청산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앞으로도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가 좁혀진다면 엔 캐리 자금은 계속 줄어들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일본의 금리인상보다 미국의 금리인하 속도가 중요하다.

다만 9월 연준이 금리인하를 예상대로 결정하고, 금리인하 경로도 시장에 전달될 경우 금융시장은 미국 금리인하 전망에 기인한 자금 흐름을 보일 것이다. 대표적으로 달러 선호는 약화될 것이며, 미국과 금리차가 확대되어 약세를 보였던 통화, 특히 엔화와 한국 원화 등의 강세 흐름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