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채권펀드 운용사들이 이달 초 내던진 신흥국 채권을 급하게 다시 주워 담고 있다. 증시가 안정세를 되찾고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를 뒷받침하는 각종 경기 지표가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이 다시 위험자산에 눈을 돌리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JP모간자산운용, M&G인베스트먼트, 아비바인베스터스 등은 미국의 경기 연착륙 기대에 힘입어 신흥국 채권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이달 초 미국 경제 지표 부진과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우려에 따라 지난 1~7일 신흥시장 채권펀드에서 4억달러(약 5400억원)가 이탈했다. 이 과정에서 신흥국 국채 수익률은 최근 6년 만의 최장기간인 9일 연속 상승(JP모간지수 기준)했다. 그러나 이후 미국발 경제위기 공포가 누그러들고 경기 연착륙 기대가 커지면서 운용사들은 다시 신흥국 고수익 자산을 사들이고 있다.
Fed의 금리 인하와 신흥국 화폐 가치 상승이 예상되면서 기대 투자 수익률은 더 높아지고 있다. 블룸버그지수에 따르면 신흥시장 달러 국채·공사채 수익률 상승 속도가 1년 내내 유지된다면 연 8%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기에 따라 다르지만 현재 연 4% 안팎인 미국 국채 수익률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피에르-이브 바로 JP모간자산운용 런던사무소 신흥국채권부문장은 “경제위기 상황도 아닌데 미국과 신흥국 채권 수익률 격차가 4%포인트 이상”이라며 “신흥국 채권이 올해 두 자릿수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JP모간자산운용은 5200억달러(약 701조원) 규모 신흥국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비교적 신용등급이 높은 중국 칠레 등의 국공채뿐만 아니라 정크본드에 가까운 저신용 국채도 인기다. M&G인베스트먼트는 최근 페루 채권을 매수했다. 리암 스필레인 아비바 신흥시장 채권부문장은 “에콰도르 우크라이나처럼 수익률이 높은 일부 국가에 투자할 기회”라고 말했다.
최근 미 국채의 수익률 하락(채권 가격 상승)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우려로 신흥국 자산과 파생상품 등 대안을 찾는 투자 수요도 상당하다. 팀 포스터 피델리티 인터내셔널 매니저는 “시장 (채권) 가격이 물가 상승 위험을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선되면 고령화와 정부 부채 증가 등의 여파로 인플레이션과 금리가 과거보다 높은 수준에서 고착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