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패션업계 ‘큰손’ 대명화학그룹이 K뷰티 글로벌 수출 첨병인 모스트를 인수해 화장품 유통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한다. 패션업이 내수 부진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K뷰티 유통 사업을 통해 돌파구를 찾을지 주목된다.
대명화학그룹 계열 패션기업인 폰드그룹은 화장품 유통회사인 모스트를 인수해 계열사로 편입한다고 19일 발표했다. 모스트는 맥쿼리은행과 애플, 아마존 코리아 등에서 근무한 정다연 대표가 2019년 창업한 화장품 전문 수출기업이다. 글로벌 K뷰티 열풍의 주역인 코스알엑스, 조선미녀 등 30여 개 K뷰티 브랜드와 파트너십을 맺고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지원해왔다.
모스트는 미국 캐나다 등 북미 시장에서 강점이 있다. 모스트와 파트너십을 맺은 브랜드 제품은 코스트코글로벌을 통해 북미와 멕시코, 대만, 호주 등에 유통되고 있다. 내년에는 일본, 영국, 스페인, 프랑스 등지 진출도 추진 중이다.
대명화학은 K뷰티와 모스트의 성장 가능성을 눈여겨보고 이번 인수를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폰드그룹에 따르면 모스트는 올해 전년 대비 180% 늘어난 350억원의 매출을 올릴 전망이다. 내년 예상 매출은 500억원이다. 모스트 인수 뒤에도 경영은 창업자인 정 대표에게 맡기기로 했다.
패션업계에서는 이번 모스트 인수는 대명화학 차원의 포트폴리오 다변화 전략에 따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회계사 출신인 권오일 회장이 2000년 설립한 대명화학은 2008년 패션업체인 겟유즈드코리아와 케이브랜즈, 2010년 모다아울렛 등을 인수하며 패션기업으로 변모했다. 제조업 색채를 풍기는 사명과 달리 20개가 넘는 패션기업을 통해 말본골프, 코닥어패럴 등 200개 이상의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다.
대명화학은 국내 신진 K패션 브랜드 육성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브랜드 인큐베이터’를 자처하는 하고하우스가 투자한 패션 브랜드 마뗑킴이 대표적이다. 하고하우스는 2020년 대명화학 관계사로 편입된 뒤 마뗑킴을 비롯한 디자이너 브랜드에 공격적인 투자를 했다. 하고하우스가 운영 중인 브랜드는 40여 개에 달한다.
2020년대 들어서는 패션 이외 분야로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계열사인 코웰패션을 통해 택배업계 점유율 4위인 로젠택배를 2021년 인수했다. 2022년에는 계열사인 디에이피가 충북 청주국제공항을 거점으로 하는 항공사인 에어로케이항공 최대주주에 올랐다.
승승장구하던 대명화학의 성장세는 주력 사업인 패션 부문 이익률이 떨어지면서 주춤한 상태다. 대명화학은 지난해 매출 2조1610억원, 영업이익 74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7%, 44.7% 감소했다.
그런 대명화학이 눈을 돌린 게 뷰티다. 최근 글로벌 K뷰티 열풍으로 중소·인디 브랜드가 수혜를 누리는 상황에서 이들을 지원하는 모스트의 가능성에 주목한 것이다. 폰드그룹은 모스트가 K뷰티뿐 아니라 K패션의 글로벌 진출에도 첨병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모스트가 다진 글로벌 네트워크가 대명화학의 수많은 K패션 브랜드와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