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이 제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터진 전세보증사고 규모가 지난달 다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전국 빌라(다세대·연립)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최근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보증사고 리스크가 점차 진정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9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액은 4227억원(1996건)으로 집계됐다. 월별 보증사고 금액은 올해 2월 6489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6월(3366억원)까지 4개월 연속 감소했는데, 지난달 다시 방향을 바꾼 것이다. 올해 1~7월 전체 보증사고 액수는 3조818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2637억원)보다 36% 많은 수준이다.
HUG 관계자는 “7월에 만기가 도래하는 전세보증 물건 자체가 많아서 보증사고가 덩달아 증가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빌라 전세가격지수가 가장 높았던 시기는 2022년 7월이다. 가격이 고점을 찍은 당시 체결된 전세 계약의 만기가 2년이 지난 최근에서야 속속 도래하다 보니 지난달 사고액도 덩달아 늘었다는 설명이다.
유병태 HUG 사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하반기부턴 사고율이 낮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전세사기 사태가 터진 2022년 12월 전국 빌라 전세가율(최근 3개월 기준)은 81.7%에 달했다. 통상 전세가율이 80% 이상이면 ‘깡통전세’로 인식된다. 전세가율이 80%를 넘으면 집주인이 주택을 팔아도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주지 못할 위험이 있다. 전국의 거의 모든 빌라가 위험군에 속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지난달 빌라 전세가율은 70.3%까지 내려왔다. 지난 4월(72.3%) 이후 3개월째 감소세다. 전세사기 여파로 빌라에 대한 전세 수요가 꺾이며 전셋값 하락세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지역에 따라 전세가율이 여전히 높은 곳도 있다. 예컨대 지난달 기준 강원 춘천(93.3%)과 인천 미추홀구(92.6%)의 빌라 전세가율은 90%를 웃돌았다. 서울에선 금천구(81.0%)와 강서구(80.5%)의 전세가율이 높게 나타났다.
전세사기 사태 이후 동반 하락하던 빌라 매매·전세시장 분위기가 최근 반전 기미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빌라 전셋값은 작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0.01%로 반등했다. 지난달 매매가격은 보합(0)을 나타내며 10개월째 이어진 하락세의 고리를 끊었다. 정부가 비아파트 시장을 살리기 위해 최근 세제 혜택 등을 선보인 데다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자 일부 수요가 빌라로 이동한 영향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