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개발사업 수익률을 최대 20%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프로젝트 리츠(부동산투자회사)’가 도입된다. 고금리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의존하는 대신 연기금과 금융회사 등이 출자자로 참여해 대출 규모와 이자를 대폭 절감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안정적 주택 공급 기반을 마련하고 일본 도쿄 롯폰기힐스처럼 특색 있는 도심 복합사업도 가능해질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부실 사업이 수익률 17%로 변신19일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부동산투자회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부동산 개발사업에 투자하는 프로젝트 리츠를 활성화하기 위해 투자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게 골자다. 우선 인가제 대신 신고제를 적용해 신속한 리츠 설립을 지원한다.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 1인 주식 소유 한도(50% 이하) 적용도 제외한다. 공시 보고 의무도 최소화하기로 했다. 투자 대상은 헬스케어나 데이터센터, 태양광·풍력발전소 등 국토교통부가 승인하는 자산으로 확대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그간 법인세 혜택이 있어도 리츠를 설립하지 않았던 이유가 번거로운 규제와 절차 때문”이라며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의 법인세 일몰 기한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유일한 대안으로 프로젝트 리츠가 현실화한다면 시장에서 상당한 호응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젝트 리츠가 도입되면 기존 PF 구조에선 불가능한 개발 사업을 이끌고 갈 수 있게 된다. 업계는 총사업비 1000억원짜리 사업을 관행대로 자기자본비율 3%로 시행하면 당초 준공 기한보다 2년만 지나도 부도 상황에 직면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리츠로 투자를 끌어들여 자기자본비율 30%를 맞추면 6년 이상 끌고 갈 수 있는 체력을 갖게 된다고 예상했다.
그동안 PF 부실로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는 주택사업도 물꼬를 틀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한 부동산 금융사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총사업비(매출) 1645억원 규모의 주상복합 개발사업을 자기자본비율 3.45%(대출금 1230억원, 평균 금리도 연 14%)로 추진한다고 가정했을 때, 사업이익은 14억5000만원(0.8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국내 개발사업은 총사업비의 95%를 이 같은 PF에 의존하는 구조다.
반면 프로젝트 리츠 구조를 활용하면 사업이익은 291억원(17.7%)으로 불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대출금이 830억원으로 줄고 대출금리도 연 9%로 내릴 수 있어서다. 이때 사업이익은 연기금과 은행 등 투자자가 나눠 갖는다. 김 의원은 “부동산 PF는 세계 경제 위기나 금리 인상과 같은 외부 변수에 취약하다”며 “프로젝트 리츠가 도입되면 안정적인 주택 공급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색 있는 개발로 복합사업 기대국토부는 프로젝트 리츠를 롯폰기힐스와 같은 특색 있는 개발을 유도하는 마중물로 활용할 계획이다. 개발 사업이 끝난 뒤 프로젝트 리츠에서 일반 리츠로 인가를 허용하기로 한 이유다.
지금처럼 착공 직후 대출 상환을 위해 분양하는 방식으론 ‘특색 없는 개발’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기존 개발사업은 장기적 관점에서 임대수익을 내기보다 호실을 쪼개 분양한 뒤 수익을 챙기는 ‘엑시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같은 개발 방식으로는 도시가 쇠퇴하는 부작용도 생길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세종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분기 세종시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25.7%로, 전국 평균(13.8%)의 두 배에 달했다.
프로젝트 리츠가 도입되면 시행사가 개발 사업을 마무리한 뒤에도 리츠 대주주로 남을 수 있다. 임대수익을 더 내기 위해 장기적 마스터플랜을 세우고 도시를 활성화할 유인이 생기는 셈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일본 모리빌딩처럼 지속적인 임대수익으로 자본을 축적하면 롯폰기힐스와 같은 복합개발로 도심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