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가 10조5000억원에 달하는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 공사 입찰이 세번째로 유찰됐다. 정부가 10대 건설사 공동도급 제한 같은 요건을 완화했는데도, 빠듯한 공사기간 등에 부담을 느낀 건설사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20일 국토교통부와 조달청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까지 진행된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 프로젝트 시공사 모집에 현대건설 컨소시엄만 단독 응찰했다. 현대건설(지분 25.5%)은 대우건설(18%), 포스코이앤씨(13.5%) 등과 팀을 꾸려 참여 의사를 밝혔지만, 경쟁입찰이 이뤄지지 않아 최종 유찰됐다.
활주로와 방파제 등을 건설하는 이번 프로젝트는 사업비만 10조53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국가사업이다. 앞서 1차 입찰에선 아무도 응찰하지 않았고, 2차 입찰에선 현대건설 컨소시엄만 응해 유찰됐다. 정부는 이번 3차 입찰을 앞두고 건설업계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여 일부 요건을 완화했음에도 시공사를 구하지 못했다.
예컨대 정부는 상위 10개 건설사 공동수급 제한을 기존 2개사 이내에서 3개사 이내로 완화했다. 설계기간도 10개월에서 12개월로 2개월 연장했고, 공사기간도 착공 후 6년에서 7년으로 1년 연장했다.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 공사는 매립지와 활주로, 여객터미널 등 동측의 필수시설 공사와 서측의 상업·물류시설 공사로 나뉜다. 개항에 필수적인 동측 공사는 예정대로 2029년까지 완료하되, 서측 프로젝트 완공시점은 2030년에서 2031년으로 늘린다는 구상이다.
그럼에도 시공사를 구하기 힘든 건 공사 난이도가 높은데 공사기간이 촉박해 건설사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어서다. 원래 가덕도신공항 개항 목표시점은 2035년이었다. 2030년 부산엑스포 유치를 앞두고 2029년으로 당겨졌다. 엑스포 유치에 실패했지만, 정부는 지역 민심 등을 감안해 2029년 개항을 고수하고 있다.
국토부는 이날 재공고를 내고 다음달 5일까지 4차 입찰을 진행하기로 했다. 건설업계에선 사업 참여 의사를 보인 현대건설 컨소시엄과 수의계약을 맺는 게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초대형 공사를 경쟁입찰 없이 수의계약으로 진행하는데 대한 부담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