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 듬뿍 국내 여행지 6곳

입력 2024-08-19 14:42
수정 2024-08-19 14:57
숲속의 헌책방부터 별이 쏟아지는 천문대까지
틈 내서 다녀오면 좋을 이색 낭만 여행지
▶ 숲 속 헌책방, 단양 새한서점


‘새한서점’이 처음 문을 연 것은 42년 전인 1979년. 서울 고려대학교 앞에 있던 매장을 닫고 충북 단양군 적성면으로 옮겨 문을 연 게 2002년이다. ‘과연 이런 곳에 책방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떠오르고도 한참을 굽이굽이 들어가야 도착 하는 서점. ‘새한서점 300m’, ‘새한서점 200m’라 적힌 표지판을 믿고 더 들어갈 수밖에 없다. 산골에 콕 박혀 있는 선명한 파란 지붕과 독특한 모양의 원통형 굴뚝을 발견하면 보물섬을 발견한 것처럼 기쁜 마음이 절로 든다.


새한서점은 2015년 개봉한 영화 <</span>내부자들>에 나오면서 다시금 주목받았다. 다소 ‘살벌한’ 분위기의 영화와는 어울리지 않을 법한 그림 같은 풍경이다. 셀수 없을 만큼 빼곡히 진열돼 있는 장서는 물론이고, 젊은 예술가들이 참여해 만든 아기자기한 굿즈들도 선보인다.

서점에는 고양이가 사는데, 정찰조인 양 서점으로 통하는 길목을 지키다가 숲으로 들어가버리곤 하는 노란 얼룩무늬 고양이와 서점의 나무 바닥을 삐걱 소리도 없이 돌아다니며 손님을 맞이하는 연갈색 고양이,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검은 고양이는 귀여운 굿즈에서는 빠짐없이 등장한다. 책을 사면 공책에 판매되는 책의 번호를 적어두는 사장님의 느린 손을 기다려야 하는데, 무엇보다도 그 시간이 가장 좋다.
충북 단양군 적성면 현곡본길 46-106

▶ 기차 타고 숲속으로, 봉화 백두대간 협곡열차 V-TRAIN


백두대간 첩첩산중을 다니는 ‘V-Train’의 V는 ‘Valley(협곡)’의 약자다. 백두대간 협곡구간을 왕복 운행하는 열차의 이름은 ‘아기백호’. 새빨간 열차의 맨 앞 열차에 백호 무늬가 그려진 이유다. 객차량이 3량뿐이라서 귀여운 이름이 붙여졌지만 열차 내부는 ‘7080’ 분위기다.

그 흔한 에어컨도 없이 예스러운 선풍기가 설치돼 있는데, 대신 창문이 열려 있는 개방형 관광열차라 시원한 자연의 바람이 더위에 맺힌 땀을 식혀준다. 선풍기는 태양열 에너지로 돌아간다. 자연에 이로운 것은 조금 불편하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되레 불편한 길을 가보는 것이 여행이니까. 아담한 빨간 열차에 몸을 싣고 백두대간의 향을 만끽해보자.
경북 봉화군 소천명 분천리 964

▶ 골목 여행의 맛, 제천 교동민화마을

제천에는 집 담벼락마다 정겨운 그림이 그려져 있는 골목이 있다. 한국적인 소재로 그린 민화가 주를 이루고 있어 ‘교동민화마을’이라 불린다. 그림에 맞춰서 몸을 굽히고 재미난 동작과 표정을 지으며 찍은 사진은 제천 여행을 기억하는 최고의 기념품이 될 것. 여행자들이 제천의 추억을 사진 속에 마음껏 남기라고 집의 외벽을 내어준 마을 주민들의 마음이 따스하게 느껴진다.

사진을 찍는 아이들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어르신들이 주름진 미소를 지그시 지으며 지나가는 골목길. 곳곳에 그려진 정겨운 그림들을 본 후에는 마을 가까이 자리한 내토전통시장으로 가서 맛있는 시장 먹거리로 배를 채워보자. 물건을 구경하고 고르는 눈과 손이 바빠지고, 시장 상인들의 푸근한 표정 하나하나는 사진이 아니라 마음에 꾹꾹 박힌다.
충북 제천시 용두천로20길 18

▶ 어릴 적 동심 살아나는, 평창 비엔나인형박물관

‘비엔나인형박물관’은 알펜시아리조트 입구의 ‘티롤빌리지’ 안에 자리하고 있다. 인형 테마의 박물관인 이곳은 11개 전시관을 중심으로 체험관, 편의시설을 갖췄다. 전시관은 한국의 인형작가들과 수집가 들이 각각 창작하고 모은 인형을 전시하는데, 피겨(정밀 모형), 바비인형, 빈티지인형 등 종류가 각양각 색이라 다양한 방문객의 취향을 만족시킨다. 피겨에 관심 있는 방문객이 좋아할 만한 공간은 1층에 있는 ‘전영록 피규어관’.

피겨 수집 애호가인 가수 전영록이 수십 년 동안 모은 피겨를 선보인다. 바비인형의 집으로 꾸며진 돌 라이브러리에서는 아이들의 행복한 비명소리가 들린다. 한국 고유의 종이인 한지를 주재료로 만든 창작한지인형전시관 또한 특색 있는 공간으로, 우리 얼굴을 닮은 친근한 표정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알차다.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솔봉로 296

▶ 별 보러 가지 않을래! 영월 별마로 천문대


봉래산 해발 799.8m에 위치해 천문대를 향하는 길 자체가 이색적인 드라이브 코스로 사랑받는다. 봉래산 정상에는 활공장이 있어 드넓은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고, 새벽에 이곳을 찾으면 산 정상 아래로 깔린 운무가 신비로운 정경을 자아낸다. 밤에 이곳을 찾은 이들에게는 영월 시내가 만들어내는 불빛 야경을 선사한다.

천문대 4층에 자리한 보조관측실에는 굴절망원경과 반사망원경 등 성능이 다른 망원경을 갖추고 있어 달과 행성, 별을 어렵지 않게 관찰할 수 있다. 특히 아이들에게 별을 보는 경험이란 조금 거창하게 말하자면 삶의 영역을 넓히는 전환점이 되지 않을 까. 우리가 도달하지 못할 만큼 먼 곳에 존재하는, 평소에는 볼 수 없을지라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는 세계를 인식한다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의 생각의 차원은 확장될 것이다. 별마로천문대는 사전예약제로 운영하고 있으니, 방문 전에 예약사 항을 꼭 확인할 것.
강원도 영월군 영월읍 천문대길 397

▶ 한옥의 멋에 취한다, 영주 심판서고택


고려 말부터 조선 초까지 ‘세 명의 판서가 연이어 살았다’ 하여 ‘삼판서고택’이라 불린다. 고택의 첫 주인은 고려 공민왕때 형부상서(조선시대 형조판서)를 지낸 정운경이다. 그가 사위인 공조판서 황유정에게 고택을 물려주고, 황유정이 물려준 외손자인 김담이 이조판서에 올랐다.

원래부터 이곳에 있던 것은 아니고, 1961년 대홍수로 기울어진 삼판서고택을 2008년 10월 영주 서천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구학공원에 복원한 것인데, 서천을 따라 산책하며 쉽게 들를 수 있는 곳이 되었다. 흰색 외벽과 창호지, 진한 고목의 기둥들, 차분하게 얹힌 회색의 기와 지붕으로 이뤄진 고택에서는 조선의 선비가 지닌 겸양처럼 고즈넉하면서 검소한 분위가가 절로 느껴진다.
경북 영주시 선비로181번길 5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