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우산공제회, 과학기술인공제회, 군인공제회를 비롯한 기관투자가가 줄줄이 사모펀드에 출자할 계획이다. 이들 기관은 대형 사모펀드(PEF)에 자금을 몰아줄 전망이다. 상대적으로 외면받는 중소형 PEF는 자금 운용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노란우산공제회, 과학기술인공제회, 군인공제회 등이 블라인드 펀드 출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노란우산공제회는 국내 블라인드 펀드에 4700억원을 집행한다. 일반 분야 2800억원(4개사), 소형 분야 900억원(3개사), 크레딧 분야 1000억원(2개사)으로 나눠 배분한다. 지난해 집행 규모(2600억원) 대비 두 배 가까이 출자금을 늘렸다. 지난 6월 입성한 서원철 노란우산공제회 자산운용본부장(CIO)의 첫 출자 사업에 해당한다.
과학기술인공제회는 사모펀드(PE) 부문에 1600억원을 맡기기로 했다. 대형 리그와 중형 이하 리그에서 각각 2개사씩 선정하기로 했다. 군인공제회는 크레딧 블라인드 펀드 운용사 3곳을 뽑아 900억원을 집행할 방침이다.
기관이 보수적 출자에 나서면서 대형사를 위주로 선정하는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조만간 출자 사업에 나서는 새마을금고중앙회 등도 비슷한 경우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최대 8000억원을 크레딧, 메자닌 등의 펀드에 출자할 계획이다. 운용 관련 비리가 터졌던 새마을금고는 조심스럽게 출자 사업을 재개하고 있다. 그만큼 검증된 대형 PEF에 자금을 맡길 가능성이 클 것으로 관측된다. 투자 초기 때부터 배당·이자를 받고, 위험도 상대적으로 적은 크레딧·메자닌 상품에 눈길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사학연금공단도 해외 크레딧 블라인드 펀드에 출자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기관의 보수적 행보는 올 상반기부터 포착됐다. 국민연금을 비롯해 공무원연금, 우정사업본부 등은 경기침체 우려와 새마을금고 비리 사태 등의 여파로 투자 손실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은 대형 PEF에 높은 점수를 줬다. 자연스럽게 쏠림 현상도 벌어졌다. 국민연금, 공무원연금은 선정한 PEF 4개사 가운데 MBK파트너스와 프리미어파트너스, 프랙시스캐피탈 등 대형 PEF 3개사가 겹친 것이 대표적이다.
대형 PEF로 자금이 몰리면서 중소형 PEF는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생 PEF 생존길이 점차 좁아지는 추세다. 노란우산공제회나 교직원공제회 등은 종전 운영한 ‘루키 리그(신생 운용사만 응모할 수 있도록 자격요건을 제한한 PEF 선정방식)’를 더는 열지 않고 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정도만 신생 PEF에 자금을 배분하고 있다. 신생 PEF가 도전할 수 있는 출자 사업이 사실상 전무해지며 양극화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성과가 좋지 않은 PEF마저 대형사라는 이유로 위탁 자금을 받아 가고 있단 지적도 나온다.
한편 기관은 높은 금리와 보수적 운용을 위해 메자닌·크레딧 전략으로 자금 집행을 옮겨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메자닌·크레딧상품은 변제 순위가 주식보다 높아서다. 우정사업본부는 올해 메자닌 전략 위탁운용사로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도미누스에쿼티파트너스, SG프라이빗에쿼티, 제이앤프라이빗에쿼티를 선정해 1500억원을 집행한 바 있다. 군인공제회도 설립 이래 처음으로 크레딧 블라인드 펀드 출자에 나섰다.
국민연금은 크레딧 블라인드 펀드에 총 3500억원을 집행할 계획이다.
류병화 / 차준호 기자 hwahw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