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사 투자 짭짤하네"…모처럼 웃은 LG·SKT·KCC

입력 2024-08-19 10:31
이 기사는 08월 19일 10:3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LG SK텔레콤 케이씨씨(KCC) KT&G 등이 백기사(우호 주주) 투자 지분으로 적잖은 평가이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KCC는 삼성물산·HD한국조선해양 지분가치가 올들어 3000억원가량 불었다. LG도 LS일렉트릭으로 올들어 1000억원이 넘는 평가차익을 거뒀다. SK텔레콤도 하나금융지주 지분가치가 1500억원가량 늘었다. 보유한 주식의 가치가 뛰면서 이들 지분을 유동화하자는 주주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LG가 지난 6월 말 보유한 LS일렉트릭 지분(2%) 가치는 152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505억원에 머물렀던 LS일렉트릭 지분가치는 6개월 새 1017억원(상승률 201.2%)가량 불었다.

1994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LS일렉트릭 주가는 올들어 사상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상당한 전력을 잡아먹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구축 바람과 맞물린다. 이 회사는 전력망 구축의 필수품인 중·대형 변압기를 생산하고 있다. LG도 LS일렉트릭의 고공행진에 뜻하지 않은 평가차익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

LG는 2003년까지 LS일렉트릭(옛 LG산전) 지분 51.7%를 보유한 최대주주였다. 하지만 2003년 LS그룹이 계열분리에 나서면서 LS일렉트릭도 품에서 떠났다. LS일렉트릭 보유지분 가운데 2%만 남기고 나머지 지분을 LS그룹에 매각했다. LS일렉트릭 지분 2%는 그동안 큰 변동이 없었지만 올들어 AI 테마와 맞물려 지분가치가 폭등했다.

KCC도 비슷한 경우다. 이 회사의 지난 6월 말 삼성물산 지분(9.57%)과 HD한국조선해양 지분(3.91%) 가치가 각각 2조4154억원, 4389억원에 이른다. 올들어 지난 6월 말까지 각각 가치가 2126억원, 1048억원어치 불었다. 두 회사의 지분합계액은 2조8543억원으로 지난 16일 KCC의 시가총액(2조6882억원)을 넘어선다.

KCC가 삼성물산 주식을 처음 사들인 것은 2012년 1월이다. 당시 비상장이던 삼성에버랜드(현 삼성물산) 지분 17.00%(42만5000주)를 사들인 데 이어 2015년 삼성물산의 지분 6743억원어치를 매입했다. 2015년 매입은 미국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공격을 받은 삼성물산의 경영권 방어를 뒷받침하기 위한 목적이 컸다. 이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하면서 보유 지분이 9.57%로 줄었다. HD한국조선해양도 범현대가의 백기사로서 지분을 보유 중이다.

SK텔레콤도 하나금융지주 지분 2.9% 지분가치가 지난 6월 말 5238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1493억원 불었다. 정부의 주주친화 독려책인 밸류업에 따라 하나금융지주를 비롯한 금융주가 올들어 급등한 영향이다. SK텔레콤은 2022년 7월 하나금융지주 지분 3300억원어치를 매입한 바 있다.

SK텔레콤과 하나금융지주는 2022년 7월 지분 맞교환 형태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바 있다. SK텔레콤이 보유한 하나카드 지분 3300억원어치를 하나금융지주에 넘기는 대신 3300억 원 규모의 하나금융지주 주식을 사들였다. 하나카드는 SK텔레콤과 SK스퀘어 지분을 각각 684억원, 316억원어치 사들인 바 있다.

SK텔레콤은 미국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업체인 '조비 에이비에이션(Joby Aviation)'에는 물렸다. 2023년 6월에 조비 에이비에이션 지분 2.5%를 1959억원어치에 사 모았다. 이 회사 지분가치는 지난 6월 말 1067억원으로 거의 반토막이 났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