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 감춘 '세슘우럭' 괴담…日수산물 '더 싸게 더 많이' 들어왔다

입력 2024-08-18 18:00
수정 2024-08-26 15:58

한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 물량이 지난해 8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이후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슈퍼엔저’로 일본산 수산물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자 국내 소비가 증가한 결과로 분석됐다. 오염수 방류 당시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된 근거 없는 각종 루머와 괴담은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오염수 괴담 안 통했다18일 한국수산무역협회와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수산물수출정보포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일본산 수산물 수입 물량은 1만8106t으로 작년 상반기(1만5994t)보다 13.2% 증가했다. 상반기 기준 수입량은 2017년(1만8400t) 이후 7년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이다.

일본산 수산물 수입 물량은 2021년 상반기 1만3100t에서 2022년 하반기 2만456t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직전인 지난해 상반기 큰 폭으로 줄었다. 하지만 이런 감소 추세는 지속되지 못하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입량은 증가세로 반전했다.

일본산 수산물 수입량이 늘어난 가장 큰 요인은 엔저 효과다.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액은 지난해 상반기 9398만6812달러에서 올 상반기 8259만3097달러로 감소했다. 수입 물량은 늘었지만 수입 금액이 줄면서 일본산 수산물의 수입 단가는 지난해 상반기 ㎏당 5.88달러에서 올해 상반기 ㎏당 4.56달러로 낮아졌다. 슈퍼엔저로 일본산 수산물의 수입 단가가 하락한 것이다. 하나은행 기준 지난 6월 말 원·엔 환율은 100엔당 858.73원으로 작년 6월 말(913.85원)보다 55.12원 낮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산 양식 어종은 참돔, 돌돔 등으로 한국과 겹치지 않는다”며 “수입에 대한 ‘니즈’가 충분한 가운데 환율까지 유리해지면서 수입량이 더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이 제기하는 루머나 괴담의 영향력이 힘을 잃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방류 직전 ‘오염수 투기는 방사능 테러’라고 적힌 현수막을 전국에 걸고 시민을 대상으로 ‘방사능 범벅 물고기’ ‘세슘 우럭’ 등 선동을 되풀이했다. 한때 천일염 사재기 사태가 빚어지고 국내 수산물시장이 직격탄을 맞았지만 이런 사태가 2008년 광우병 파동처럼 장기화하지 않았다. 값싼 수산물 찾는 ‘스마트’ 소비자16일 찾은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은 “고객들이 상인보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더 해박하다”고 입을 모았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한국보다 미국 등 다른 나라에 먼저 도달하지만 이들 국가에선 별다른 반발이 없는 상황 등을 소비자가 잘 파악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수입량이 늘어난 품목을 보면 일반 소비자가 즐겨 찾는 어종이 많았다. 상반기 일본산 방어 수입량은 2004t으로 전년 동기(836.8t)보다 두 배 넘게 증가했다. 홍어 수입량도 같은 기간 105.2t에서 313t으로 세 배 가까이 뛰었다. 차덕호 노량진수산시장 상인회장은 “겨울철 인기 회식 메뉴인 방어는 국내 자연산보다 일본의 양식 방어가 시각적으로 빛깔이 고운데, 엔저 현상으로 가격까지 저렴해지자 소비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정부의 온누리상품권 환급 행사가 수산물 소비를 촉진한 영향도 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추석부터 명절 등 주 소비 시기에 전통시장 온누리상품권 환급 행사를 열고 있다. 당일 구매 금액의 30%(최대 2만원)까지 현장에서 환급해주니 돌려받은 금액으로 다시 수산물을 소비하는 ‘N차 소비’가 이어진다. 노량진수산시장의 한 상인은 “온오프라인을 합쳐 전체 판매 금액의 약 15%가 온누리상품권”이라고 했다.

이광식/안정훈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