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매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서울 용산·마포·성동구 등 비강남권 아파트의 입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용산의 한 고층 아파트는 경매시장에 나오자마자 감정가보다 4억5000만원 높은 가격에 팔렸다. 낙찰가가 최저 매도 호가와 비슷한 수준까지 뛰면서 ‘과열 경쟁’에 주의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18일 경·공매 데이터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용산 이촌동 ‘래미안 첼리투스’ 전용면적 124㎡는 지난 6일 1차 매각일에 감정가(34억원)보다 4억5000만원 높은 38억5000만원에 매각됐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113.2%에 이른다. 입찰보증금(감정가의 10%)이 3억4000만원인 고가였음에도 응찰자 8명이 경매에 참여했다.
마포구 성산동 월드컵아이파크 전용 84㎡도 같은 날 감정가(9억2500만원)의 105.8%인 9억7800여만원에 손바뀜했다. 이 물건 역시 첫 매각일에 응찰자가 대거 몰려 13명이나 입찰 가격을 적어 냈다.
경매시장에 매수세가 강해지면서 낙찰가가 시장 매매가와 비슷한 사례도 적지 않다.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전용 115㎡)는 6일 감정가 22억1000만원의 105.1%인 23억2400만원에 낙찰됐다. 한 차례 유찰돼 최저 입찰가가 17억6800만원대로 떨어지자 응찰자 26명이 입찰 경쟁을 벌였다. 이 단지 동일 주택형의 매도 호가는 23억~25억원이다.
12일 팔린 광진구 광장동 광나루현대 전용 84㎡도 낙찰가 11억3000여만원(낙찰가율 95.2%)으로 최근 실거래가(11억5000만원)와 거의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경매 전문가들은 정부의 8·8 공급대책 발표와 하반기 금리 변화, 전셋값 동향, 내수 경기 침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 향후 부동산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큰 만큼 긴 호흡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집값이 뚜렷한 우상향 국면이라면 신건을 낙찰받는 게 현명한 선택일 수 있지만 보합이나 약세일 때를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강은현 법무법인 명도 경매연구소장은 “경매 물건이 올해 4분기와 내년 초에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며 “바닥을 다진 것을 확인한 후에 입찰에 나서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