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 입단 시험에는 세계 각국에서 “발레 좀 한다”는 이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하루 종일 3차 오디션이 열리는데 응시 발레리나만 170명이 넘었다. 1등으로 입단 티켓을 거머쥔 건 2005년생 한국인 이예은(19·사진). 선화예중을 졸업한 뒤 바로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진학해 그마저도 3년 만에 조기졸업한 무용수였다.
오는 26일 발레단에 첫 출근하는 그를 지난 12일 서울 잠원동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그는 “1등을 하리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운을 뗐다. “입단 시험 며칠 전 무게중심 축이 되는 왼쪽 엄지발가락에 부상을 입었어요. 왜 하필 이때 이러나 마음 고생을 많이 했죠.”
이예은은 한예종 영재원에 몸담았던 초등학생 때부터 “춤은 프로 무용수처럼 추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임했다. “학생이니까 이 정도면 된다는 말에 타협하기 싫었어요. 더 해볼까? 하는 생각을 항상 했고, 은사님들께서도 저를 잘 이끌어주셨습니다.” 중학교 졸업 후 바로 대학 과정에 진학한 것에 후회는 없을까. 이예은은 “발레무용수가 현역으로 뛸 수 있는 시간은 한정돼 있기에 하루라도 빨리 프로 무용수가 되고 싶었다”고 했다.
이예은이 파리오페라발레단을 마음에 둔 건 첫 공개오디션에서 3위에 들면서부터다. 이후 준단원으로서 자격이 주어져 올해 2월부터 6월까지 4개월간 발레단 경험을 했다. “발레단의 조직 문화도 좋고, 공연할 때마다 서로 도우려는 스태프와 무용수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곳에서라면 정말 행복하게 춤을 추겠다는 확신이 들어 입단을 다짐했어요.”
파리오페라발레단에는 동양인 최초로 수석무용수 에투알이 된 발레리나 박세은이 있다. 그는 준단원 기간 발레단 선배로서 이예은에게 아낌없는 조언을 해줬다고 했다. 이예은은 어떤 발레리나가 되고 싶을까. “점점 발전하는 무용수면 좋겠어요. 파리오페라발레단을 대표할 수 있는 발레리나로 이예은을 떠올리는 날이 와 있을 거 같아요.(웃음)”
이해원 기자
발레리나 이예은에 관한 더 상세한 기사는 28일 발간하는 ‘아르떼’ 매거진 4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