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하되 신중했으면 좋겠습니다. 열정이 창업의 성공 방정식인 시대가 아니니까요.”
마이스(MICE: 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기업 마인즈그라운드의 민환기 대표(30·왼쪽)는 16일 “초기 창업에서 대표는 영업과 직원 관리, 지원 사업 공모 등 모든 분야에서 준(準)전문가는 돼야 생존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2020년 당시 26세 나이로 마인즈그라운드를 차린 그는 지난해 3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대통령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를 비롯해 포스코, 삼성종합기술원 등의 행사를 맡았다.
민 대표는 20대 창업이 성공하기 위한 최우선 요건으로 ‘주변 환경’을 강조했다. 대학생 창업을 돕는 경희대 캠퍼스타운 출신인 그는 “취업 대신 창업을 선택한 20대는 특히 매 순간 이어지는 불확실성에 동요하기 쉽다”며 “항상 자주 연락한 5명은 창업 멘토나 업계 사람들이었다”고 했다. 민 대표는 “‘배웠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해 별명이 될 정도로 여러 경험을 몸에 익히고자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창업 분야를 꿰뚫는 직접 경험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민 대표는 “대학 시절 유통과 서비스, 교육, 임대 플랫폼 등에서 사업을 벌여 내게 맞는 창업 경험을 찾고자 했다”며 “새벽마다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일손을 거들며 상인들 자녀를 대상으로 입시 컨설팅을 주도한 게 대표적 사례”라고 설명했다.
인공지능(AI) 기반 모션트래킹 서비스 기업 플룸디를 이끄는 이경민 대표(24·오른쪽)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KAIST를 다니며 창업에 도전한 이 대표는 “창업 생태계가 얼어붙으면서 모교 학생 창업자도 5년 전과 비교해 80%가량 줄었다”며 “유행과 투자자 입맛에만 편승한 창업은 성공하더라도 지속가능성이 떨어진다”고 조언했다.
앞서 그는 AI를 앞세워 의류 플랫폼 창업에 두 차례 도전했다가 쓴맛을 봤다. 이 대표는 “감각적인 셀링 포인트가 부족한데 기술만 강조했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았다”며 “하고 싶은 것보다 잘하는 것에 초점을 둬 틈새시장을 공략한 게 플룸디”라고 설명했다. 플룸디는 모션트래킹 기술을 활용해 버추얼 유튜버(버튜버)용 아바타 서비스 ‘아바킷’을 제공한다. 100여 개국에서 약 1만 명의 버튜버가 이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
창업 경험을 쌓기 위해 제시한 방안은 민간이나 정부가 주최하는 경진대회다. 그는 “한 해 10여 개에 달하는 대회에 모두 참가하며 경험과 인맥을 넓혀갔다”며 “심사위원들이 사실상 투자자다 보니 자금 확보와 사업 방향, 장기 목표 등의 인사이트를 얻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두 대표는 지속할 수 있는 20대 창업을 위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민 대표는 “20대 창업자가 사업 입찰을 따내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며 “규모가 작은 정부 사업에서 청약처럼 가점을 주는 등 경험을 쌓을 길을 넓혀줘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버튜버 시장처럼 소규모 틈새 산업에 대한 지원이 늘어나면 좋겠다”고 말했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