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만원짜리 가방, 포장지째 그대로"…쇼핑중독 女 결국

입력 2024-08-17 08:28
수정 2024-08-17 11:43
128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회사원A(본명 최서희)가 버는 족족 쇼핑으로 탕진하고 있다며 심각한 쇼핑 중독 증상을 고백했다. 그는 1500만원짜리 에르메스 가방을 구매하고도 포장을 뜯지 않은 채 집안에 뒹굴고 있다고 털어놔 온라인서 화제를 모았다.

최근 유튜브 TMI JeeEun에는 '1500만원짜리 가방을 개봉도 안 하고 쌓아둔 이유'라는 제목의 영상이 게재됐다.

회사원A는 제이제이가 운영하는 이 채널에서 '샀는데 잘 안 쓰는 템'을 소개하러 나왔다. 소문난 소비광인 A는 "이번에 준비하면서 진짜 반성 많이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수백만 원에서 1500만원에 달하는 미우미우 코트, 톰 브라운 셋업, 프라다 셋업, 프라다 코트 등을 소개하면서 "이 돈 줬으면 매일 입어야 하는데 그렇게 안 되더라"라고 털어놨다. 소장 제품 중엔 심지어 구매한 후 태그도 안 뗀 새 제품이 있었다.

A는 백화점 VIP와 동행해 쇼핑하는 콘텐츠를 한 뒤 "나도 한번 VIP 되어 보자. 나도 대접받아보자"라는 마음이 들었고, 이후 쇼핑에 빠지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성공한 언니들 너무 멋있다'는 댓글이 콘텐츠에 달리는 거다. 나도 백화점 VIP가 되면 이런 이야기 들으며 칭송받겠지란 생각이 들면서 백화점에 돈을 막 썼다"고 고백했다.

그는 "매장 직원들이 너무 잘 어울린다고 한다. 마치 처음 잘 어울리는 사람을 본 것처럼 말하고 초콜릿, 음료 챙겨준다. 기분이 좋아지니까 더 사야겠다는 마음이 든다"고 했다.


결국 이렇게 쇼핑하고 돌아온 건 백화점 VIP 등급이었다. A는 더현대의 자스민블루 등급이라고 밝혔다. 더현대 기준에 따르면 VIP 자스민블루 가입 기준은 연간 적립 금액이 8000만원에서 1억원에 해당해야 가능하다.

그는 "남는 건 없다. 집을 못 샀다. 자스민블루를 찍고 느낀 건, 내 것이 아니다. 회장님쯤 되어야지, 나는 뱁새일 뿐이다"라고 속내를 드러냈다.

최근 구매한 1500만원짜리 에르메스 볼리드 백도 박스도 뜯지 않은 채 주방에서 굴러다니고 있었다고. 그는 "오늘 처음 뜯는다. 켈리, 버킨이 최상위고 요즘엔 이 라인도 귀해졌다. 1500만원정도 하는데 퀵 도착하고 쇼핑백째로 그냥 뒀다. 이걸로 쇼핑 중독을 자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놓고 박스도 안 뜯고 쌓아둔다. 쇼핑몰에서 누르는 순간은 좋은데 막상 택배가 오면 열정이 다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어떤 마음일 때 쇼핑을 하는지 생각해보니 심심하고 외로울 때였다. 이 심심하고 외로운 감정을 어떻게 하냐, 단 거 먹고 쇼핑하고 돈을 썼는데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A는 버는 족족 쇼핑에 탕진해 현금이 전혀 없다고도 했다. 이런 삶이 불안하지 않으냐고 묻자 "불안하지 않다. 고정비 낼 돈 없어도 어떻게든 되겠지란 생각"이라고 했다. 아울러 "할부없이 버는 건 다 썼다. 운영하는 회사엔 돈이 있지만 저는 월급쟁이다. 평생 월급을 다 써왔다. 그러다 이번에 나 지금 알거지라고 자각한 것"이라고 자신을 돌아봤다.

그러면서 "안 쓰고 모았으면 집 샀을 수도 있다. 또 이런 물건 사는 게 아니라 경험적인 걸 소비했다면 더 나았을 수도 있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솔직히 모두 과시였다는 걸 인정한다"며 "나는 지금 정상이 아니다. 명품 구매를 완전히 끊지는 못하겠기만 할 만큼 해봤다고 생각한다. 회장님이 아닌 이상 나는 뱁새일 뿐이다. 마음의 힘듦을 돈 쓰는 걸로 해봤지만, 근본이 해결되지 않는 이상 아닌 것"이라고 반성했다.


강박적 구매로도 불리는 쇼핑중독은 쇼핑과 구매에 대한 과도한 충동이나 집착이 있어 분별없이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구매하거나, 경제력보다 더 많은 금액의 물건을 구매하는 경우 빈번히 나타나는 질환이다. 단순히 쇼핑을 많이 하는 병이라기보다 그 충동을 스스로 조절하지 못하는 병이다.

서울대학병원에 따르면 쇼핑중독의 미국 유병률은 2~8%이며, 그들의 80~95%가 여성이다. 쇼핑 중독 환자에서의 강박장애 유병률은 12.5~30%이다. 쇼핑중독은 또한 우울증, 불안장애, 알코올 및 약물 남용이 동반될 수 있다. 한편 조울증의 조증기에 필요 없는 물건을 지나치게 많이 구매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쇼핑중독과는 구분되는 현상이다.

쇼핑중독의 원인은 욕구 추구이다. 필요한 재화를 획득하기 위한 행동이 아니라 자체의 쾌감을 추구하는 행동이 되는 것이다.

쇼핑중독 환자들은 '이것만 사야지'라고 결심하고 쇼핑을 시작하지만, 구매를 시작하면 마음먹었던 것보다 더 오래 더 많은 것을 필요하지 않으면서 사게 된다. 이후 사서는 안 된다는 생각과 사고 싶은 물건 사이에서 갈등을 겪다가 자기 합리화를 하게 되는데 구매한 후 마음의 평정이 온다.

치료법은 '구매를 유혹하는 자극'에서 거리를 두는 것이다. 쇼핑 자극이 없으면 쇼핑 반응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지만 소비하기 쉽도록 홍보하는 현대 사회에서 이를 외면하기가 어렵다. 케이블의 쇼핑 채널, 인터넷 쇼핑몰, 할인판매 전단, 백화점의 이벤트 문자 메시지 등 모두 위험요인이다.

항우울제 등을 사용한 약물치료도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다. 또, 행동하기 전에 자신의 성향과 동기, 행동 경향 등을 분석해서 효율적 대처를 하도록 만들어주는 인지행동치료도 방법이다. 물건을 사고 싶은 충동이 생겼을 때 잠시 여유를 갖고 '이것이 꼭 필요한 것인가'를 따져보는 훈련을 하는 것이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