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여행 일정 짜기 너무 힘들어"…직장인들 공략했더니

입력 2024-08-17 21:15
수정 2024-08-17 21:16

"즐거워야 할 여행을 쇼핑이나 옵션 강요로 망치고 싶지 않았어요."

여행업계가 '프리미엄' 상품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보다 안전하고 쾌적함을 원하는 새로운 여행 트렌드가 자리 잡으면서다. 프리미엄(중고가) 상품은 객단가가 높은 만큼 여행사 실적에도 효자 노릇을 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업계는 프리미엄 상품에 이어 전용 브랜드 출시로 본격적인 수요 경쟁에 나섰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여행사들은 프리미엄 브랜드를 운영 중이다. 최근에는 프리미엄 상품을 대폭 강화해 판매 비중도 높여가고 있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대신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가 높은 상품을 찾는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패키지 상품 불만 대다수를 차지하는 쇼핑, 팁, 옵션 등을 제거하고 체험·미식 등 차별화된 프로그램 구성으로 2030세대의 관심까지 이끌어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엔데믹 이후 안전한 여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개별 여행 대신 패키지를 찾는 수요도 늘었다"며 "중장년층 전유물로 여겨지던 패키지 상품에 2030세대도 주목하고 있어 고객의 생생한 후기를 반영한 상품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최근 친구와 다낭으로 여행을 다녀왔다는 30대 직장인 송모 씨는 "여행지는 쉽게 정했는데 세부 일정 짜는 게 너무 오래 걸려 패키지 상품을 보게 됐다"며 "그동안 쇼핑, 팁처럼 번거로운 게 싫어 (패키지를) 피했는데 이번에 프리미엄 상품 이용해보니 일정도 여유롭고 신경을 쓸 것이 없어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전체 패키지 상품 중 프리미엄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자 상품 강화에 나섰다. 하나투어는 하반기 럭셔리 여행 상품을 추가할 계획이다. 수요가 급증하면서다. 하나투어가 운영 중인 프리미엄 패키지 '하나팩 2.0'은 전체 패키지 예약 중 47%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다.

모두투어는 최근 프리미엄 패키지 브랜드 '모두 시그니처' 중에서도 가장 높은 프리미엄을 추구하는 '시그니처 블랙' 기획전을 선보였다. 노팁·노옵션·노쇼핑으로 여행에 필요한 필수 경비가 모두 포함되어 있고 5성급 이상의 최고급 호텔에 숙박 핵심 관광지만 방문하는 일정이 특징이다.

노랑풍선은 지난 14일 프리미엄 패키지여행 브랜드 '탑픽(TOP PICK)'론칭으로 프리미엄 여행 시장에 뛰어들었다. 직판(직접 판매) 강점을 극대화해 고객의 요구를 실시간으로 반영하고, 이를 상품에 신속히 적용하는 차별화된 전략을 통해 단순한 고가의 럭셔리 여행이 아닌 진정한 프리미엄 여행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리미엄 패키지 상품 판매량 증가는 여행사 실적에도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상품 객단가와 마진율이 높아 매출을 늘리는데 효자 노릇을 하면서다. 앞서 여행업계는 올해 1분기 가격대가 높은 패키지 판매 비중 증가에 힘입어 최대실적을 기록했다. 다만 2분기 티몬과 위메프(티메프) 미정산 사태로 관련 비용이 반영되면서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업계는 3분기 실적 개선을 예상하고 있다. 티메프 관련 영향이 줄어든데다 최대 성수기 시즌이기 때문이다. 주요 여행사의 7월 패키지 상품 송출객 수가 전월 대비 늘어난 것도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3분기에는 여름휴가와 황금연휴로 여행 수요가 급증한다"며 "패키지 상품 판매량이 꾸준히 늘고 있는 데다 효도 관광을 비롯한 가족 단위, 2030세대의 프리미엄 패키지 상품 수요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