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경축사에 '일본' 왜 빠졌냐"…광복 경축 사라지고 정쟁만

입력 2024-08-16 10:41
수정 2024-08-16 10:42

79주년을 맞은 광복절 경축식이 야당 및 광복회장 등의 불참 속에 '반쪽'으로 치러진 가운데, 정치권은 '윤석열 대통령의 경축사에서 일본이 사라졌다'는 것을 빌미로 정쟁을 이어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윤 대통령이 경축사에서 '일본'이 아닌 '자유'만 언급했다며 "자유 타령만 반복했다"는 원색적 비난도 참지 않았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1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광복절이 친일 세력들이 마음대로 날뛰는 친일 부활절로 전락했다"면서 "윤 대통령은 반성과 사죄는커녕 어제 경축사에서도 너절한 남 탓과 책임 전가만 반복하며 국민을 우롱했다"고 지적했다.

전용기 민주당 의원도 이날 KBS '전격시사'에 출연해 "광복절의 의미를 대통령께서 모르시나 의심이 들 정도"라며 "자유와 통일 다 좋지만, 영혼을 끌어모아서까지 일본의 잘못은 모른 척하고 있다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고 비판했다.

노종면 민주당 대변인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최악의 광복절 경축사가 나왔다"며 "윤 대통령이 민주·평화·복지의 가치를 호도하기 위한 자유 타령만 50번 반복했다"고 했다. 또 "'일제' 또는 '일본'이라는 표현도 제대로 쓰지 못했다"면서 "대통령은 친일 매국 정권이라는 국민의 성난 목소리에 아예 귀를 닫은 모양이다. 아니면 내재한 친일 DNA(유전자 정보)를 숨길 수 없는 것이냐"고도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이 '통일 대한민국'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고 높게 평가했다. 박준태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윤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통일'을 핵심 화두로 제시했다"며 "신냉전 시대의 도래, 북한 김정은의 통일 지우기 행보, 분단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 등 대내외적인 통일 여건이 어려워지는 시점에 매우 시의적절한 말씀이었다고 평가한다"고 했다.

이어 "'빈곤과 기아로 고통받는 북녘땅에도 자유가 확장돼야 한다'는 강한 의지에 깊이 공감한다"며 "당정이 함께 북한 동포와 미래세대에 책임감 있는 자세로 광복의 남은 과제를 풀어가겠다"고 강조했다.

한지아 국민의힘 대변인은 '대일 메시지가 빠졌다'는 기자들 질문에 "미래에 대해서 봤으면 좋겠다"며 "이념 논쟁에 매몰될 필요 없이 현재의 고민에 초점을 맞춰서 미래를 보고, 화합의 마음으로 대화를 나누자"고 답했다.

다만 당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의 경축사가 아쉬웠다는 평가도 나왔다.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MBC '시선집중'에 출연해 "8·15 경축사니까 해방과 광복의 기쁨, 그리고 우리 선조들의 피눈물 나는 노력, 이런 것들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언급을 해주셨으면 좋았었겠다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CBS 라디오 '뉴스쇼'에 출연해 "광복절이면 일본에 대한 언급이 없을 수 없지 않나"라며 "지금 일본과 어느 정도 유화적인 스탠스를 취하고는 있지만 역사적인 부분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역사와 경제 문제는 '투 트랙'으로 간다고 했던 만큼 역사 문제를 솔직하게 언급하고 어떻게든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야 했다"며 "다시 한번 (역사 문제를) 언급하는 것도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빠져 아쉽다"고 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전날 광복절 경축사에서 '자유'와 '통일'을 각각 50회, 36회 언급했다. 일본에 대한 언급은 2회였는데, "작년 우리의 1인당 국민소득은 처음으로 일본을 넘어섰고, 2026년 4만 달러를 내다보고 있다. 올해 상반기 한국과 일본의 수출 격차는 역대 최저인 35억 달러를 기록했다"는 대목에서 나왔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