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에 이게 무슨 일"…'노도강' 집주인들 뒤집어진 까닭

입력 2024-08-16 07:01
수정 2024-08-16 14:23

서울 아파트값이 거침없이 오르면서 5년 11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정부가 ‘8·8 주택공급대책’을 내놓은 직후인데다 여름 휴가철 비수기임에도 되레 상승폭이 커진 모습이다.

16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8월 둘째 주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 집값은 전주 대비 0.32% 오르면서 21주 연속 상승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주 0.26%로 최근 들어 다소 둔화하던 주간 상승률이 0.32%를 기록, 전임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2018년 9월 둘째 주(0.45%)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이번 조사는 정부가 지난 8일 수도권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 재건축·재개발 사업 인허가 기간 단축 등을 골자로 한 8·8 주택공급대책 발표 직후 진행됐다.

서울 전역 집값이 모두 치솟으면서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집값도 큰 폭으로 올랐다. 노원구는 0.16%, 도봉구는 0.12%, 강북구는 0.19% 상승했다. 신고가 거래도 연이어 쏟아졌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지역으로 매수세가 확산하면서 수년간 거래되지 않던 아파트 매물이 팔리는가 하면 구축·비역세권 등 선호도가 낮은 아파트도 거래가 활성화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8일 노원구 하계동 '장미' 전용면적 59.22㎡가 6억3200만원(11층)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전 최고가는 지난 4월 기록한 6억2000만원(7층)이다. 상계동 '한일유앤아이' 전용 114.88㎡도 지난 10일 10억4000만원(14층)에 팔려 신고가를 썼다. 이전 최고가는 2021년 기록한 8억9800만원(21층)이었다.


도봉구 창동 '창동신도브래뉴1차' 전용 121.85㎡는 지난 12일 10억1000만원(15층)에 신고가를 새로 썼다. 이전 최고가는 2020년 기록한 8억9900만원(19층)이다. 같은 지역의 '신창' 전용 49.14㎡도 지난 10일 3억8000만원(11층)에 손바뀜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지난해 7월 기록한 이전 최고가보다 300만원 오른 가격이다.

상계동 개업중개사는 "가격이 아주 크게 올랐다고 보긴 어렵다"면서도 "저가 급매물이 모두 소진되면서 점차 오르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창동 개업중개사도 "올해 봄만 하더라도 집값이 계속 내렸다. 반등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며 "서울 다른 지역 가격이 계속 오르니 노도강이라고 해서 더 내려갈 곳은 없다는 인식이 퍼진 결과"라고 말했다.

강북구에서도 수유동 '수유시그니티' 전용 35.8㎡가 지난 9일 3억9700만원(10층)에 신고가 거래가 체결됐다. 지난 6월 기록한 이전 최고가 3억6700만원에서 3000만원 올랐다. 다만 중개거래가 아닌 직거래 사례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직거래는 시세 교란과 편법증여, 명의신탁 등의 목적일 가능성이 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 기간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곳은 성동구다. 성동구는 금호·행당동 역세권 대단지를 중심으로 0.63% 오르면서 10년 11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이어 송파구가 신천·잠실동 대단지 위주로 0.58%, 서초구는 반포·잠원동 위주로 0.57% 상승했다.


강남구가 개포·압구정동 역세권 단지 위주로 0.46%, 광진구가 광장·자양동 선호 단지 중심으로 0.45% 올랐다. 동작구도 흑석·사당동 중심으로 0.41%, 마포구는 염리·용강동 학군지 위주로 0.39% 뛰었고 강동구는 고덕·암사동 위주로 0.37%, 용산구는 한강로·이태원동 위주로 0.36% 상승했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연초 대비 높은 수준의 거래량이 유지되면서 아파트 매매가 상승세를 지지하고 있다"며 "선호 단지를 중심으로 호가가 오르고 추격매수가 뒤따르면서 집값 상승 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7월 7715건을 기록해 2020년 12월 7745건 이후 3년 7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아직 신고 기간이 남았기에 최종 거래량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도 0.19% 오르면서 65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전주 0.17% 대비 상승 폭이 확대됐다. 한국부동산원은 "거주 선호도가 높은 신축, 정주 여건이 양호한 단지 위주로 매물 부족에 따른 전셋값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며 "전세 대기수요도 지속되는 등 서울 전체의 상승 폭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다만 서울 25개 자치구 모두 상승한 전주와 달리 이번주에는 강동구 전셋값이 0.06% 내리면서 하락 전환했다. 오는 11월 강동구 둔촌동에 1만2032가구 규모 '올림픽파크 포레온' 입주가 예정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