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오뚜기, 삼양식품 등 라면 ‘빅3’ 회사의 올해 상반기 실적이 해외 매출 비중에 따라 엇갈렸다. 해외 비중이 80%에 육박하는 삼양식품은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간 반면 내수시장 의존도가 높은 농심과 오뚜기 실적은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외 사업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갈수록 커지자 농심과 오뚜기는 미국과 유럽,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해외시장 판로를 넓히는 데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농심은 올해 상반기 매출 1조7332억원, 영업이익 1051억원을 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1%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0.6%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시장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인 1154억원을 9%가량 밑돌았다. 농심 관계자는 “원재료 비용은 오르는데 지난해 ‘신라면’ 등 주요 제품의 국내 소비자가격을 내린 탓에 이익이 예상보다 줄었다”고 말했다.
농심의 국내 매출 비중(2023년 기준 수출액 포함)은 76.4%에 이른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농심은 수출보다 미국과 중국 현지에서 생산한 제품을 판매하는 비중이 높아 고환율 수혜를 누리지 못한 측면도 있다”고 했다.
오뚜기는 올해 상반기 매출 1조7428억원, 영업이익 1348억원을 냈다. 전년 동기보다 매출은 1.8%, 영업이익은 3.8% 늘었다. 그러나 2분기만 놓고 보면 영업이익(616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4.6%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도 0.6% 늘어나는 데 그쳤다. 오뚜기도 전체 매출에서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10%가 채 안 된다. 반면 삼양식품의 올해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8101억원, 169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52.6%, 149.8% 급증했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최대 실적이던 작년 한 해 영업이익(1475억원)을 넘어섰다. 해외 매출 비중은 작년 말 68%에서 올해 2분기 78%로 높아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해외 매출과 수출 확대는 농심과 오뚜기의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농심은 해외 매출과 수출을 늘리기 위해 대대적으로 생산 기지를 구축하고 있다. 오는 10월에는 미국 캘리포니아 2공장 내 용기면 라인이 준공된다. 새 라인이 가동되면 미국 법인의 연간 라면 생산 능력은 8억 개에서 10억 개로 늘어난다. 국내에서도 첫 라면 수출 전용 공장 설립을 준비 중이다. 내년 초엔 유럽 법인도 신설한다.
오뚜기도 최근 글로벌사업부를 글로벌사업본부로 격상한 데 이어 외국인이 쉽게 인지하고 발음하기 쉽도록 영문 표기를 기존 ‘OTTOGI’에서 ‘OTOKI’로 바꾸는 등 해외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