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기념관장 인선을 둘러싸고 폭발한 이념 갈등이 초유의 반쪽 광복절 경축식을 불렀다. 광복회 등 독립운동단체들은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정부 주최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불참하고 효창공원 내 백범기념관에서 별도 기념식을 개최했다.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등 주요 야당도 광복회 주관 기념식으로 몰려갔다.
최악의 분열 사태를 부른 정부의 안이한 인식과 태도를 우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을 임명하면서 야당은 물론 광복회 측의 반발이 예상됐음에도 사전에 충분한 정지작업이 없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 신임 관장도 반대를 설득할 정제된 역사인식과 내공을 보여주지 못한 채 눈치보기식 해명으로 사태를 키웠다.
작은 꼬투리를 과장하고, 없는 논란을 만들며 친일·반일 프레임으로 몰아간 광복회와 독립운동단체들의 행보가 가장 실망스럽다. 뉴라이트 독립기념관장을 세워 건국절을 제정하고 친일파를 복권하려는 수순이라는 이종찬 광복회장의 주장은 사실관계와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1948년 8월 15일 건국’은 분명한 역사적 사실이며, 건국절 제정은 김 관장과 대통령실이 수차례 부인했다.
김 관장의 친일인명사전 오류 지적을 ‘친일파 복권 음모’로 비난하는 것도 억지다. 편향성을 무수히 지적받아온 친일인명사전의 무오류를 주장하는 것인가. 광복회 등의 반발이 자리다툼과 기득권 투쟁으로 비치는 것도 유감이다. 광복회 측은 ‘독립운동가 유족이 독립기념관장을 맡아야 한다’는 입장을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다. 사실이라면 선대의 숭고한 투쟁에 먹칠하는 낯부끄러운 일이다.
물 만난 고기처럼 친일·반일 프레임으로 몰아가는 야당의 저급한 정치도 도를 넘었다. 민주당은 “밀정정권” “역사 쿠데타”라며 친일몰이에 여념이 없다. ‘죽창가’ 소동의 주역 조국 조국당 대표는 대통령에게 “왕초밀정” “조선총독부 10대 총독”이냐며 한술 더 떴다. 시대착오적 역사 논쟁으로 나라가 두 동강 날 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