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의환향했는데 재 뿌렸다…역대급 성적에도 '해단식 취소'

입력 2024-08-14 18:29
수정 2024-08-14 18:49

역대 최고 수준의 성과를 낸 2024 파리올림픽 한국 선수단의 해단식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의 신경전이 펼쳐지며 행사에 혼선이 빚어진 탓이다. 먼저 귀국해 휴식을 취하던 중 공항을 찾았던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은 발길을 돌려야 했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을 비롯한 본부 임원진과 태권도, 근대5종, 육상, 역도 등 7개 종목 선수단 50여명은 전날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한국 선수단은 파리에서 금메달 13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0개를 획득하며 당초 목표였던 '금메달 5개-종합 순위 15위권'을 크게 뛰어넘었다.

선수단은 귀국 직후 공항 내 그레이트홀에서 해단식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문체부는 선수단에 수여할 꽃다발을 준비했고, 선수단 가족과 소속팀 임원들이 그레이트홀에서 대기했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과 장미란 문체부 2차관도 공항을 찾아 해단식에 참석 예정이었다. 또 이번 올림픽에서 메달을 목에 건 뒤 먼저 귀국했던 양궁 김우진, 펜싱 구본길, 사격 양지인, 유도 허미미, 수영 김우민 등도 해단식 참석을 위해 공항을 찾았다.

하지만 해단식에서 소감을 밝힐 예정이던 이기흥 회장이 취재진 앞에 서더니 미리 준비한 소감문을 낭독하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꽃다발 증정, 태극기 반납 등 해단식 식순에 포함됐던 절차도 입국장에서 진행됐다. 이후 대한체육회는 선수단의 피로를 이유로 그레이트홀로 이동하지 않고 출국장 앞에서 해산했다.

일각에선 문체부와 체육계의 깊은 갈등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유인촌 장관과 이기흥 회장은 예산 편성 관련, 정관 개정 시도 등과 날이 선 발언을 내놓으며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유인촌 장관은 "대한체육회 중심의 체육 시스템이 한계에 다다랐다"며 "체육이 위기를 겪고 있기에 정부가 가진 가장 강력한 수단인 예산 편성권으로 문제가 있는 시스템을 바꿔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이기흥 회장은 "(예산 집행 관련) 유 장관의 발언은 매우 부적절하다. 국민체육진흥법에 반하는 것으로 직권남용"이라고 문체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