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수입 감소와 정부 지출 증가 여파로 올해 상반기 나라 살림(관리재정수지) 적자가 103조원을 기록했다. 정부 예산안에서 전망한 연간 적자 규모(91조6000억원)를 12.9% 초과한 수준으로 재정 관리에 비상등이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획재정부가 14일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8월호’에 따르면 올 들어 6월까지 총수입은 296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00억원 감소했다. 예산 대비 총수입 진도율은 48.3%로 집계됐다. 지난해 결산 기준 진도율(51.6%)보다 3.3%포인트 더디다.
총수입이 줄어든 것은 국세 수입이 급감한 영향이 크다. 세외수입(16조5000억원)과 기금 수입(110조9000억원)이 각각 1조1000억원, 8조7000억원 늘었지만 국세 수입 감소분을 상쇄하지 못한 것이다. 올해 1~6월 국세 수입은 168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10조원 줄었다. 부가가치세(5조6000억원)와 소득세(2000억원) 세수가 늘었지만, 지난해 기업 실적 악화에 따른 법인세 감소분(16조1000억원)이 컸다. 국세 수입 진도율은 45.9%로 지난해 결산(51.9%)보다 6%포인트 낮다.
올해 들어 6월까지 총지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조3000억원 증가한 371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총지출 증가는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일자리·사회간접자본(SOC) 등 사업 예산 집행을 앞당기는 ‘신속집행’ 영향이 컸다. 정부는 올해 신속집행 관리 대상 사업을 252조9000억원 규모로 정하고, 이 중 역대 최고 수준인 65%를 상반기까지 집행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올 상반기 이뤄진 신속집행 규모는 66.2%(167조5000억원)로 목표치(65%)를 웃돌았다. 이에 따라 연간 계획 대비 상반기에 쓴 돈의 비율을 뜻하는 총지출 진도율은 56.6%에 달했다.
총수입이 총지출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는 76조원 적자를 냈다.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 수지를 뺀 관리재정수지는 103조4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관리재정수지 예상 적자(91조6000억원)를 넘어선 것은 물론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해 지출이 급증한 2020년(110조5000억원) 후 최대 규모다.
통상 6월에는 지출보다 세입이 적어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이 커지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이런 경향을 고려하더라도 재정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재부 관계자는 “세수 재추계 일정 등이 예정돼 있어 연간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를 현재로선 예단하기 어렵다”며 “다만 과거 사례를 보면 하반기로 갈수록 개선 흐름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