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결제망 막히자 우회로 찾는 中·러…물물교환 나선다

입력 2024-08-14 17:38
수정 2024-08-15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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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에 가해진 서방의 고강도 제재가 러시아 돈줄을 막고 있다. 추가 제재를 우려한 중국 은행 대부분이 러시아 대상 결제를 중단했다. 중국 일부 지역에선 서방 제재를 피하기 위해 러시아와 물물교환 방식으로 거래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3일(현지시간) 러시아 현지 매체 모스크바타임스에 따르면 지역 은행까지 포함한 중국 은행의 98% 이상이 러시아 돈을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5~6월만 해도 중국의 소규모 지역 금융기관들은 러시아 기업과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결제해왔지만 지난달 20일 이후 결제가 거의 중단됐다. 모스크바타임스는 “그동안 중국 지역 은행들은 러시아 기업에 안전한 피난처 역할을 했다”며 “이제는 러시아 기업이 제3국을 통해 결제를 시도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중국과 무역이 큰 폭으로 증가한 러시아로선 은행 결제가 막히면 국제 무역에서도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 중국 내 러시아 은행 지점에서 위안화를 구매할 때 해당 지점은 중국 중앙은행이 정한 공식 환율보다 5% 더 높은 가격에 위안화를 판매한다. 중국 기업에 대금을 지급하려 해도 러시아 금융기관 지점에서 나온 돈은 받지 않는다. 모스크바타임스는 “(러시아 내) 중국 상품 공급에 차질이 생겨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과 러시아가 서방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물물교환 거래를 시작할 것이란 보도도 나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4일 “일부 중국 지방정부가 러시아와 물물교환 무역을 시작하기 위한 계획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중국 헤이룽장성 관리들은 지난달 항구 도시 칭다오에서 산둥성 관리들을 만나 중국과 러시아 간 새로운 유형의 물물교환 무역을 논의했다.

물물교환 거래가 이뤄진다면 양국은 대금 지급 과정을 생략할 수 있고, 서방 감시를 피할 수 있으며, 환 리스크도 낮출 수 있다. 중국 지방정부들은 이미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이란 등과 물물교환 방식의 거래를 해왔기 때문에 상당한 노하우를 쌓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회의에서 산둥성 무역협회 관계자들은 케냐, 나이지리아, 우간다 등과 개발해온 물물교환 무역 제도의 사례 연구, 경험을 헤이룽장성 관리와 공유했다.

장쑤성 롄윈강시 정부도 중·러 간 무역 결제와 관련해 대금 정산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롄윈강시 상무국장은 최근 발표 자료를 통해 “러시아와의 무역에는 어려움과 기회가 모두 있다”며 “새로운 물물교환 무역 방식에 관한 연구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SCMP는 전했다. 한경제 기자

우크라이나에 생포된 러시아 군인들 1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미 지역에서 우크라이나 군용 차량이 눈을 가린 러시아 군복 차림의 남성들을 태우고 이동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6일 국경을 넘어 러시아 서남부 쿠르스크주를 공격했다. 러시아가 외국 공격에 영토 일부를 빼앗긴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이다.

AF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