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기차 판매, 내연기관 첫 추월…韓은 'L자형 저성장' 우려

입력 2024-08-14 17:28
수정 2024-08-15 01:49
폭스바겐그룹은 최근 차세대 전기차 프로젝트인 ‘트리니티’의 양산 일정을 2026년에서 2032년으로 미뤘다고 발표했다. 2조7000억원을 들여 자율주행 기술까지 적용할 계획인 트리니티엔 주로 K배터리가 장착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폭스바겐을 비롯해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투자 속도를 늦추고 있다. ‘텃밭’인 국내 시장에서 전기차 화재라는 악재까지 겹쳐 한국 배터리산업의 ‘L자형’ 저성장 기조가 더 길어질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 투자에 제동이 걸렸다. 폭스바겐그룹이 대표적이다. 폭스바겐은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ID.4의 후속 모델 출시 일정을 미뤘다. ID.4는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를 적용했다.

폭스바겐 산하 아우디는 아예 Q8 e-트론(삼성SDI)을 생산하는 벨기에 공장 폐쇄를 검토하고 있다. 포르쉐는 타이칸(LG에너지솔루션) 생산량을 줄이기 위해 1교대 생산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유럽 출시 전기차에 한국 배터리를 주로 쓰던 메르세데스벤츠도 지난 2월 연간 전기차 판매 전망치를 낮췄다. 유럽의 주요 완성차 업체가 투자 속도를 늦추면서 K배터리의 유럽 내 공장 가동률은 계속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폴란드에서, 삼성SDI와 SK온은 헝가리에서 배터리셀 제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 내 사정도 비슷하다. SK온과 합작공장을 운영 중인 포드는 3월 F-150 전기 픽업트럭을 생산하는 공장 인력을 2700명에서 700명으로 대폭 줄였다.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배터리 공장을 가동 중인 제너럴모터스(GM)는 2025년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100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최근 철회했다.

이에 비해 중국 승용차 시장에선 지난달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PHEV)의 판매 비중이 51.1%를 기록했다. 월간 기준으로 처음 내연기관차를 넘어섰다. 유럽 각국이 전기차 보조금을 줄이는 사이 강력한 지원책을 바탕으로 전기차 판매량을 계속 늘리고 있다. ‘안방’에서 중국 배터리의 사용량도 갈수록 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한국 배터리 3사의 점유율은 22.2%에 머물렀다. 지난해 상반기(25.1%)보다 하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CATL과 BYD는 자국 시장에서 벌어들인 막대한 이익으로 차세대 배터리에 투자하고 있다”며 “판매 둔화가 길어지면 1~2년 뒤엔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