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치동, 목동, 중계동 등 ‘3대 학원가’ 인근 재건축 단지에 매수세가 밀려들고 있다. 강동구 명일동, 광진구 광장동 등도 전용면적 84㎡ 기준 몸값이 한 달 새 1억원 오르는 등 상승세가 가파르다. 공사비 급등으로 올해 들어 재건축 단지와 새 아파트 시세 차가 벌어지고 있지만, 학군지만은 예외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변에 새 아파트가 적은 학군지에선 업무지구로 출퇴근하는 수요까지 빨아들이면서 시세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교육 정책이 수능에 상대평가뿐 아니라 절대평가도 반영하도록 바뀌면서 학령인구 감소에도 ‘학군지 쏠림’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계·광장·명일동 학원가 본격 반등
1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노원구 중계동 은행사거리 일대 중계청구3차 전용 84㎡는 지난달 12일 12억4500만원(14층)에 거래됐다. 4월 같은 동 5층이 11억5000만원에 거래된 이후 3개월 만에 1억원 가까이 올랐다. 인근 건영3차와 양지대림의 전용 84㎡도 지난달 각각 11억7400만원, 9억5000만원에 손바뀜해 3월 말 대비 1억원 상승했다. 중계동 한 공인중개 관계자는 “중계·하계동 역세권 아파트가 거래된 뒤 이곳으로 수요가 넘어오고 있다”며 “인근 단지가 대부분 소형 평수 위주이고 새 아파트도 거의 없어 학군을 활용하려는 학부모가 먼저 찾는 단지”라고 설명했다. 서울 동북권 전체로 살펴보면 20년 이상 아파트는 5월 초부터 반등에 나섰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동북권 매매가격지수는 5월 13일 89.1에서 지난달 29일 90.1로 1% 올랐다.
광진구 광장동에서도 광장현대3단지 전용 84㎡가 6월 16억5000만원에 손바뀜하며 1년여 만에 2억원가량 뛰었다. 용적률이 249%에 달해 재건축이 쉽지 않다. 하지만 학군지 수요가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2년 지어진 광장힐스테이트 전용 84㎡가 지난달 20일 20억5000만원에 거래돼 1년 동안 3억원 가까이 올랐다. 매매 수요가 주변 단지로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강동구 명일동 학원가 근처 고덕현대 전용 84㎡도 지난달 3일 13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1년 전에 비하면 1억여원 올랐다. 명일동의 한 중개사는 “신속통합기획 대상지여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다”면서도 “주변에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 고덕그라시움 등 대단지가 많고 시세가 오르다 보니 학원가에 인접한 재건축 단지도 매수세가 활발하다”고 말했다. 고준석 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 상남경영원 교수는 “주변에 새 아파트가 있어도 서울 유명 학원가 인근 노후 단지는 여전히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수능 위주…대치동·목동 선호대치동이나 목동, 중계동 등 고등학교 학원가가 몰려 있는 곳은 전세가가 매매가를 밀어 올리는 경향도 나타난다. 목동 1단지(전용 65·96㎡), 목동 2단지(전용 97㎡), 7단지(전용 74㎡) 등 7개 단지에서 중소형 위주로 신고가가 나왔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전용 77㎡가 지난 4월 22억8500만원에서 6월 24억9500만원으로 상승했다.
학군지 쏠림 현상은 수능 제도 개편으로 심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028학년도부턴 내신이 현행 9등급에서 5등급으로 완화돼 수능의 중요도가 커질 전망이다. 내신 절대평가의 중요성이 커지면 상대평가를 잘 받기 위해 비학군지에 주소를 둘 필요도 없어진다. 높은 수능 점수를 받기 위해 학업성취도가 높은 학생이 몰리는 학군지로 매수 수요가 집중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학령인구가 급격하게 줄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서울에서 만 6~18세 인구는 2019년 87만2000명에서 작년 말 78만3000명으로 10.2% 줄었다. 2030년이 되면 59만1000명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