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의로 회계기준을 변경해 분식회계를 했다는 금융당국 판단에 반발해 낸 행정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재판부는 회계 처리에 문제가 있다고 보면서도, 일부 제재의 사유가 된 전제가 잘못됐다는 이유로 전체 처분을 취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최수진 부장판사)는 14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요구 등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일부 회계 처리는 정상적으로 보기 어려워 처분 사유가 존재한다고 인정된다”면서도 “인정되지 않은 처분 사유도 함께 존재한다는 점에서 전부 취소가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증선위가 2018년 말 분식회계와 관련해 회사에 내린 임원 해임 및 감사인 지정, 재무제표 재작성, 과징금 80억원 부과처분 등 제재를 전부 취소하도록 했다. 김태한 전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에게 부과된 과징금 1600만원도 취소했다.
앞서 증선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2~2014년 재무제표를 작성·공시하면서 미국 제약회사 바이오젠과 공동지배하고 있는 삼성바이오에피스 투자주식을 지분법으로 회계처리 하지 않고 종속기업에 포함시켜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해 회계처리에 오류를 범했다고 판단했다.
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기업에서 관계회사로 전환(지배력 상실 회계 처리)한 뒤 이 회사 투자주식 지분가치를 장부가액(2900억원)에서 시장가액(4조8000억원)으로 과대계상해 4조500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했다고 봤다.
하지만 재판부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4년까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기업으로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한 것은 원칙중심 회계기준상 재량권 범위 내에 있다”며 제재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그러면서 “증선위의 처분은 2014년까지 회계처리에 제재 사유가 있다는 것을 전제하는 것이므로 처분 전체가 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일부 회계 처리는 문제가 있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하는 시기를 구 삼성물산 합병일(2015년 9월 1일) 이후로 정한 것은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올해 2월 서울중앙지법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 관련 1심 재판에서 분식회계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당시 재판부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회계사들과 올바른 회계처리를 탐색해 나갔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