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신형 폴더블폰 갤럭시Z폴드·플립6 출시 시점(지난달 24일)에 맞춰 구입한 소비자들이 2주 뒤 구매한 경우에 비해 140만원가량 손해를 보게 됐다. 이동통신 3사가 이달 8일 갤럭시Z폴더블6 시리즈 공시지원금을 기존 대비 2배 이상 올리면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지난 8일 갤럭시Z폴드·플립6 공시지원금을 요금제에 따라 최대 24만5000원에서 53만원으로 대폭 상향했다. KT와 LG유플러스도 각각 24만원, 23만원에서 최대 50만원까지 늘렸다.
출시 2주 만에 공시지원금을 대폭 상향한 동시에 최대 지원액을 받을 수 있는 요금제 기준을 완화하면서 사전예약으로 구매하거나 출시일에 맞춰 공시지원금을 받고 구매한 소비자들은 손해를 보게 된 셈이다. 최대 지원금에 요금제 완화 기준으로 많게는 139만5000원 손해다.
SK텔레콤의 경우 12만5000원(5GX 플래티넘) 요금제 사용을 조건으로 공시지원금을 선택하면 기존에는 총비용이 420만3300원(기기값+24월 기준 통신비 300만원)이었다. 그러나 기기값이 87만7500원으로 떨어지면서 총비용 387만7500원으로 2주 만에 32만5800원 낮아졌다.
KT와 LG유플러스의 경우 최대 지원액을 받을 수 있는 요금제 기준이 늘면서 2년 기준 총금액이 크게 차이난다. KT는 기존에는 13만원 요금제(초이스 프리미엄)였는데 9만원 요금제(초이스 베이직)부터, LG유플러스는 13만원 요금제(5G 시그니처)에서 8만5000원 요금제(5G 프리미어 에센셜)부터 최대 지원금을 제공한다.
이에 따라 KT에서 기존 초이스 프리미엄 요금제를 사용할 땐 총비용이 432만9000원(기기값+통신비 312만원)에 달했지만 변경된 기준으로는 9만원(초이스 베이직) 요금제를 사용한다고 가정할 때 총비용이 307만원(기기값 91만원+통신비 216만원)으로 125만9000원 낮아진다.
LG유플러스의 5G 시그니처 요금제를 사용하면서 공시지원금을 선택하면 기존에 총 434만5000원을 부담해야 했지만 변경 기준으로는 총 295만원 내면 된다. 최고가 요금제를 선택해 구매한 소비자의 경우 139만5000원 더 내야 하는 것이다.
올 초 갤럭시S24 출시 당시 상황이 재연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통3사는 지난 1월 갤럭시S24 공식 출시 후 1주 만에 지원금을 최대 2.5배 인상했다. 출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지원금을 파격적으로 올린 것을 놓고 이례적이란 평가가 이어졌다.
신작 갤럭시Z폴더블6 시리즈도 유사한 시점에 공시지원금을 올리면서 신제품 출시 2~3개월이 지난 후에 공시지원금이 인상됐던 관례가 깨졌다.
다만 업계는 이번 공시지원금 인상은 갤럭시S24 때와는 다른 이유 때문으로 보고 있다. 갤럭시S24 출시 당시엔 '가계통신비 완화'를 내세운 정부 기조에 맞춘 것이었지만 이번엔 판매량이 기대치에 다소 미치지 못하는 신작 판매를 촉진하려는 의도라는 분석. 다음달 출시 예정인 신형 아이폰 견제를 위한 포석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이통3사가 같은 날 공시지원금을 조정하는 경우 제조사 요청일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는 아이폰15 출시 당시 갤럭시S23 공시지원금을 대폭 상향한 바 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달 진행된 갤럭시Z폴드·플립6 사전 예약 기간 국내 판매량은 전작(102만대)보다 적은 약 91만대로 집계됐다. 증권가에서도 Z폴더블6 예상 판매량을 줄줄이 내려잡았다. 메리츠 증권은 기존 800만대에서 680만대로, NH투자증권은 1040만대에서 880만대로 하향 조정했다.
서울 동작구에서 휴대폰 대리점을 운영하는 직원 A씨는 "사전 예약이나 출시일에 맞춰 구매한 소비자 대부분이 선택약정으로 갤럭시 신형을 구매했기 때문에 공시지원금 인상으로 손해 봤다고 느끼는 소비자는 많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공시지원금으로 휴대폰을 구매하려면 신형 휴대폰 출시일에 맞춰 사기보단 몇 주 지켜봤다 사는 게 합리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