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글로벌 재유행…씨젠 등 국내 진단업체들 다시 수혜볼까

입력 2024-08-13 16:09
수정 2024-08-13 16:10
코로나19가 재유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감염이 빠르게 확산하면서다. 국내 상황도 다르지 않다. 전문가는 “국내 감기 환자 4명 중 1명이 코로나19 환자일 것”이라고 분석하면서 진단업체들이 다시금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9일 질병관리청 감염병포털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 코로나19 입원 환자 수는 861명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 넷째 주 63명이었던 입원환자는 7월 셋째 주 225명, 넷째 주 465명으로 점점 급증세다. 편의점 3사(CU·GS25·세븐일레븐)의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 매출은 전월 대비 100~200% 성장했다.

감염병 전문가인 엄중식 가천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한 라디오방송에서 “호흡기 환자 검체를 채취해 바이러스 분석 검사를 하면 4주 전에는 7% 정도가 코로나19로 확인됐는데 지금은 25%를 넘어가고 있다”며 “8월 셋째 주 넷째 주를 정점으로 해서 환자가 많이 늘어나고 그 이후로 중환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한다”고 말했다.

여름철 호흡기 감염병에 비상이 걸린 것은 국내 뿐만이 아니다. 지난 6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 사례는 미국 39개 주에서 나타나고 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25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후생노동성이 지난달 8일부터 1주일간 5000여곳의 의료기관으로부터 보고받은 코로나19 신규 환자 수는 5만5072명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코로나19 재유행은 새로운 변이 KP 바이러스(KP.2, KP.3)가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일본 국립감염증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5월 27일부터 6월 23일 사이 환자 중 약 75%에서 KP.3 변이가 발견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KP.3를 ‘모니터링 변이’로 선정해 감시 중이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백신 제조사에 KP.2를 막을 수 있는 의약품을 제조할 것을 권고했다.

각종 감염증이 빠르게 확산하자 2020년~2022년 코로나19 유행 때 수혜를 봤던 국내 진단기업들이 다시금 반등 기회를 노리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만큼의 수혜는 아니더라도, 진단키트 수요 증가에 대한 기대감이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기업이 유전자증폭(PCR) 전문기업 씨젠, 2021~2022년 3조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렸던 에스디바이오센서, 진단키트 전문기업 휴마시스, 랩지노믹스 등이 있다. 씨젠 관계자는 “지금 당장 눈에띄는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재유행에 대비해) 내부적으로 준비는 계속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국내 기업들은 독감과 코로나19를 동시에 진단하는 다중진단에 대한 연구개발(R&D)을 이어가고 있다. 씨젠과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일찌감치 제품을 개발해 허가당국 승인을 받고 이미 해외 정부 등과 여러차례 공급계약을 맺었다. 이달 초에는 체외진단 전문기업 프리시젼바이오의 미국 자회사 나노디텍이 FDA로부터 독감·코로나19 콤보 진단키트에 대한 긴급사용승인(EUA)을 획득하기도 했다.

CDC는 코로나19와 독감 감염증상이 비슷하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을 받은 후 치료받기를 권고하고 있다. 두 질병에 동시에 걸린 사람은 더 심각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FDA는 동시진단 제품에 대한 긴급사용승인 역시 이어가는 추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KP 바이러스로 재유행이 얼마나 갈지, 실제로 진단업체들에게 얼만큼 호재로 작용할지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른 상황”이라면서도 “최근 몇년간 바이오 시장 상황이 워낙 안좋았던 만큼, 저평가돼있는 기업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