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성 커진 증시…방어주·낙폭과대주 함께 담아라"

입력 2024-08-13 16:20
수정 2024-08-13 16:21

글로벌 증시 폭락을 불러온 미국 경기 침체 우려가 일부 해소되면서 국내외 증시가 반등에 성공했다. 미국 신규 실업급여 청구 건수가 전주보다 큰 폭으로 줄어든 영향이다. 코스피지수는 2600선을 회복했고, 코스닥지수도 지난 5일 급락 전 수준까지 올라섰다. 그러나 7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엔비디아 2분기 실적 등 아직 확인해야 할 지표가 많이 남아 있는 만큼 증시는 당분간 박스권 내에서 변동성을 키울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폭락장에서도 주가를 방어하는 데 성공한 통신·바이오주나 고배당주 등과 최근 크게 하락한 반도체·화장품·화학주 등을 동시에 포트폴리오에 담는 ‘바벨 전략’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9월 초까지 박스권 내 변동성 클 것” 국내 주식시장은 이달 5일 급락세를 대부분 회복했다. 코스피지수는 2600선까지 올라섰고, 코스닥지수는 급락 전 지수(779) 수준까지 반등했다. 8일 발표된 미국 실업 관련 통계가 영향을 미쳤다. 미국 주간 신규 실업급여 청구 건수는 23만3000건으로 전주(25만 건)보다 1만7000건 감소했다. 한 달 만의 최저치다. 2년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미국 7월 실업률(4.3%)이 허리케인 베릴의 영향을 받은 것 아니냐는 분석에 힘이 실렸다. 허리케인 베릴이 강타한 텍사스주의 청구 건수가 전주 대비 4800건 감소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증시가 당분간 박스권 내에서 변동성을 키울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지수는 9월 초까지 주요 지표와 실적 발표를 하나씩 확인하며 박스권 내에서 등락을 반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전히 미국 경기 침체 여부 논란이나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 청산에 대한 불씨가 남아 있어서다. JP모간은 미국이 올해 경기 침체에 진입할 확률을 기존 25%에서 35%로 올렸다. 7월 미 CPI와 소매판매 수치 등에도 투자자들은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 시장 변동성을 증폭시킨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의 정점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JP모간은 글로벌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약 75%가 청산된 상태라고 분석했다. 반면 ING는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40엔 미만으로 떨어지면 추가 청산이 시장 변동성을 더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도체와 바이오 함께 담는 전략 유효”변동성이 잠잠해질 때까지 ‘폭락장에서 주가 방어에 성공한 종목’과 ‘낙폭과대주’를 동시에 포트폴리오에 담는 바벨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는 조언이 나온다. 이 전략은 양쪽 끝에 추가 달린 역기(바벨)처럼 극단적 성격을 지닌 자산을 동시에 편입해 수익률을 방어하는 것이다. 예컨대 가치주와 성장주를 동시에 보유하면 증시가 불안할 때는 가치주가 수익률이 지나치게 하락하는 것을 막아주고, 증시가 활황일 땐 성장주가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김 연구원은 “증시 회복 초반은 낙폭과대주의 반등이 커질 수 있고 이후엔 기준금리 인하에 민감한 헬스케어 등을 눈여겨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2~8일 증시 변동성이 커진 기간 주가가 상승한 업종은 통신과 제약·바이오다. 이 기간 KT와 SK텔레콤은 각각 1.03%, 0.37% 올랐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일동제약은 각각 6.92%, 4.91%, 4.49% 상승했다. 증시 하락 과정에서 주가 방어에 성공한 업종이 주도주 자리를 넘겨받을 확률이 높다.

낙폭과대주를 눈여겨보라는 조언도 나온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경기 침체 우려가 본격화한 2~8일 낙폭이 큰 업종은 화장품·의류(-13.2%), 반도체(-12.6%), 화학(-11.7%), 철강(-11.6%) 등이다.

외국인 투자자도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커진 구간에서 비슷한 전략을 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시가 폭락한 뒤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난 6~9일 외국인 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SK하이닉스(1290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2위는 고배당주인 KT&G(790억원)다.

3위는 ‘황제주’를 넘보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730억원), 4위는 포스코홀딩스(420억원), 5위는 SK텔레콤(400억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