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은 코스피지수가 하루 만에 8.77% 급락한 ‘블랙먼데이(검은 월요일)’였다. 미국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자 투자자들이 패닉 상태에 몰리며 대규모 투매에 나섰다. 장중 거래가 20분 동안 중지되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기도 했다. 하지만 다음날인 6일에는 코스피지수가 3.3% 오르며 마감했다. 내일을 알 수 없는 널뛰기 장세가 펼쳐졌다.
변동성 장세에서도 이성을 지킬 수 있으면 좋겠지만, 노심초사하는 마음을 누르고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기엔 내 계좌를 확인해 보기가 너무 쉽다. 스마트폰에서 증권 앱을 켜고 바로 지금 이 순간 내 계좌가 이익인지 손실인지 확인한 뒤 매수와 매도 버튼을 누르기까지 얼마나 걸릴까. 단 몇 초도 걸리지 않는다. ○스마트폰이 가져온 단타 성향기다림이 익숙하지 않은 스마트폰 투자자에게서 단기 성과를 추종하는 성향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2021년 미국경제연구소(NBER)에서 스마트폰 사용과 거래행동에 대한 연구 결과를 내놓은 적이 있다. 인디애나대의 안킷 칼다, 뮌헨공대의 벤자민 루스 등 연구진은 2010년부터 2017년까지 독일의 두 대형 은행 고객의 스마트폰에 주식 거래용 앱을 설치하고 그들의 거래 행태를 분석했다.
위험 감수 성향, 도박성 선호도, 투자 편향의 관점에서 살펴본 결과 고객들은 PC 같은 기타 플랫폼을 이용할 때에 비해 스마트폰에서 거래할 때 변동성이 높고 도박성이 있는 상품을 매수했다. 보다 덜 분산된 포트폴리오를 가지는 경향도 보였다. 스마트폰의 편리함이 투자자들에게 가져다준 불편한 진실이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나무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주인이 현명해져야 한다. 시장 변동성이 있더라도 스마트폰을 자주 들여다볼 필요가 없는 마음 편안한 투자 방법은 없을까?
먼저 고려해볼 방법은 자동 적립식 투자다. 정기적으로 일정 금액을 특정 종목이나 상품을 매수하는 데 사용하는 투자법이다. 적립식 투자의 장점은 주가가 낮을 때는 많이 매수하고, 높을 때는 적게 매수함으로써 장기적으로 투자했을 때 평균 매입 단가가 낮아져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장기 투자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시장 하락이 있더라도 저가 매수의 기회로 생각하며 마음을 편히 가질 수 있다. ○투자 편향 극복하려면두 번째로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인공지능(AI)이 제안해주는 최적의 포트폴리오에 따라 계좌를 운용하는 것이다. 보스턴칼리지의 프란시스코 다쿤토 등이 2019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로보어드바이저는 투자자들이 편향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가치가 상승한 자산은 팔고 가치가 하락한 자산은 계속 보유하는 ‘처분효과’나 추세나 순위를 추종하는 행위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었다. 또한 투자자가 보다 분산된 포트폴리오를 가지게 함으로써 변동성을 줄이면서 수익률을 개선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여러 금융회사에서 적립식 자동 매수 및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변동성이 극대화된 요즘 같은 시기, 스마트폰으로 빈번하게 투자 결과를 보다가 지친 투자자라면 기계적 방식의 힘을 빌려 불안과 걱정을 더는 것도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오현민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수석매니저